다시 쓰는 러브레터 : 그때 우리들의 플레이 리스트(‘00)
2008년,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버디버디가 청춘들의 사랑법을 지배하던 시절.
민수와 수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다.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 날, 민수는 수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수진아,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혹시 우리가 나중에 헤어지게 되더라도, 난 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야. 마치 1년이 지나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수진은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미래 걱정은 나중에 하고. 대신 이것만 약속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마음속에 있는 거 나한테 다 말해줘. 알았지?”
두 사람은 커플 미니홈피를 꾸미고, 서로의 이니셜을 새긴 커플티를 입으며 21세기식 사랑을 만끽했다.
바람에 몸 맡긴 채 남과 다른 인생 설계 중인 나 이제 그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민수의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다.
수진이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날이면, 그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어디야, 누구랑 있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솔직히 말해. 나 몰래 다른 사람 만나?”
수진은 그의 반복되는 의심에 지쳐갔다.
“민수야. 넌 왜 항상 사랑을 확인받으려고만 해?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난 니가 점점 무서울 지경이야”
결국 수진은 민수에게 이별을 고했다.
눈물을 쏟으며 매달리는 민수를 보며, 그녀는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말했다.
“민수야, 망설이지 말고 이제 그만 나를 보내줘. 그리고 너만의 인생을 살아. 괜찮아, 넌 너대로, 난 나대로 괜찮을 거야.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네 갈 길을 가.”
Good bye, baby good bye 뒤돌아서 그대로 앞으로 가면 돼
이별 후, 수진은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하며 멋지게 성장했다.
민수 역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이별의 아픔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아갔다.
몇 년 후, 두 사람은 한 동호회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했다. 각자의 삶에서 멋지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색한 미소 뒤로 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 그땐 널 많이 원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맞았어. 이제 정말 너라는 과거에서 벗어난 기분이야. 잘 가”
수진은 환하게 웃었다. 증오도, 미련도 남지 않은 자리에는 풋풋했던 시절의 추억과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성숙한 마음만이 남아있었다.
2000년대의 사랑은 ‘우리’만큼 ‘나’의 행복이 중요했고, 이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