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 과거에 갇힌 거인

기업 스릴러 소설 the Trap (5)

by 공감디렉터J

꿈을 빼앗는 자들, Dream Eater

퀀텀 코어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고 있었다.

특히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시장의 변화와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치명적인 기회 상실로 이어졌다.


지안은 ‘시냅스’ 프로젝트의 핵심인 뉴로모픽 칩의 상용화를 위해 ‘엣지 AI(Edge AI)’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IoT 기기 등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AI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였다.

지안이 제안한 시냅스 칩은 초저전력, 초고효율이라는 특성으로 엣지 AI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이었다.

그는 경쟁사들이 아직 시도하지 않는 독점적인 시장을 개척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글로벌 AI 칩 시장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5년 내에 엣지 AI 시장은 그 규모를 추월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능, 드론이나 로봇에 내장되는 실시간 인공지능 처리 능력은 저희 시냅스 칩이 가진 독점적인 강점입니다. 우리는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지안은 관련 시장 보고서와 함께, 엣지 AI 칩 개발에 필요한 추가적인 소규모 전담팀 구성과 초기 마케팅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퀀텀 코어가 향후 10년간 엣지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지안 박사, 말씀하신 엣지 AI 시장의 잠재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의 주력 시장은 고부가가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와 파운드리입니다. 엣지 AI는 아직 ‘초기 시장’이며, 수익성이 불확실합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요?”


재무 총괄 부사장은 지안의 제안을 단순히 ‘수익성이 불확실한 새로운 시도’로 치부했다.

그는 현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할 뿐,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외면했다. 특히, 몇 년 전 경쟁사 ‘퓨전 테크(Fusion Tech)’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시장에서 새로운 아키텍처를 시도하다 초기 수율 문제로 고전했던 사례를 들며, “섣부른 도전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섣부르게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즉, ‘선두 주자’가 될 필요는 없고, ‘추격자’ 전략을 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안은 경악했다. ‘추격자 전략’이라니. 퀀텀 코어는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던 혁신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전을 핑계로 다른 기업의 뒤꽁무니만 쫓겠다는 말인가?

이러한 보수적인 태도는 과거 퀀텀 코어가 ‘퀀텀 모바일’이라는 자사 스마트폰 사업에서 시장 흐름을 놓쳐 결국 철수했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에도 경영진은 “스마트폰은 잠시 유행일 뿐”이라며 피처폰 시장에 안주하다가 결국 거대한 기회를 놓쳤었다.


결국 지안의 엣지 AI 시장 선점 제안은 최고 경영진의 ‘안정 지향’ 태도와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 밀려 보류되었다. 지안은 자신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사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묵살당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몇 달 뒤, 경쟁사인 ‘퓨전 테크’가 초저전력 엣지 AI 칩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들의 칩은 지안이 구상했던 시냅스 칩의 초기 버전과 매우 유사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퓨전 테크의 엣지 AI 칩은 특히 자율주행 드론과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개척해나갔다. 퀀텀 코어는 다시 한번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경쟁사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안은 허탈했다.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지금쯤 퀀텀 코어가 시장의 선두에 서 있었을 것이다.

그는 점차 자신의 꿈이 회사 내부의 보수적인 문화와 무능한 경영진에 의해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