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스릴러 소설 the Trap (7)
동료의 이탈은 지안의 마음속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는 무너져가는 프로젝트를 살리고자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외부의 경쟁사와 싸우기도 벅찬 상황에서, 정작 자신들을 좀먹는 것은 다름 아닌 회사 내부의 문제들이었다. 지안은 이제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퀀텀 코어의 진정한 적은 시장의 경쟁자가 아니라, 재무 중심의 관료주의와 최고 경영진의 무능함이었다.
지안은 ‘시냅스’ 칩의 양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율 문제에 직면했다.
그는 파운드리 공정 팀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장벽을 만났다.
파운드리 공정 팀은 자신들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지안의 제안을 무시했다.
“이지안 박사님, 저희 공정은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완성된 것입니다. 박사님께서 제안하시는 ‘비정형적인’ 방식은 저희 라인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검증된 공정을 따르는 것이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훨씬 유리합니다.”
파운드리 공정 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 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현재의 생산량 유지’와 ‘단기적인 수율 목표 달성’뿐이었다.
지안은 시냅스 칩의 독특한 뉴로모픽 아키텍처가 기존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 최적화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냅스 칩은 특정 뉴런의 활성 패턴에 따라 전력 공급을 비동기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인데, 기존 공정은 모든 회로에 일괄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 차이로 인해 미세한 전력 누수와 신호 간섭이 발생했고, 이는 칩의 성능 저하와 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 미세 조정과 특정 회로 블록에 대한 맞춤형 전력 관리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칩의 최종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적인 방안이었다.
하지만 공정 팀은 그의 제안을 “생산 라인에 불필요한 변경을 초래하고, 납기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말 성과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최고 경영진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을 때였다.
지안은 수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은 오히려 공정 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지안 박사, ‘시냅스’ 프로젝트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생산 목표 달성’입니다. 생산 라인에 큰 변화를 주어 납기를 지연시키면, 경쟁사에게 시장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 공정으로 최대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기술적인 문제는 차후에 논의하도록 하죠.”
그들은 단기적인 생산 목표 달성과 대외적인 체면 유지에만 급급했다.
‘시냅스’ 칩이 가진 혁신적인 잠재력이나 장기적인 기술 우위는 그들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경영진의 이러한 태도는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최고 경영진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문제점을 숨기거나 축소 보고하는 관행이 만연해졌다.
지안은 절망했다. 그는 진정으로 혁신을 이루고 싶었지만, 회사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퀀텀 코어는 겉으로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표방했지만, 속으로는 거대한 관료주의와 부패한 시스템에 의해 좀먹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싸워야 할 상대가 외부의 경쟁사가 아니라, 이처럼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들이라는 사실에 극심한 환멸을 느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