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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모 Feb 26. 2019

69th 베를린 국제 영화제-영화 보고 뭐 먹지

베를린 맛집

국수는 진리


2월의 베를린은 스산하고 회색빛이며 매서운 바람이 두 볼을 빨갛게 만들었다.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지낸 보람도 없이 베를린의 날씨는 “아우 추워 아우 추워”를 연신 내뱉을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독일 하면 맥주지만 시원한 맥주보다는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씨였다. 날씨 때문에 나는 베를린을 여행하면서 맥주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주로 찾아다녔다.


Lon Men's Noodle House
베를린의 칼바람을 이겨낸 숨은 공신

대만 국숫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국수뿐만 아니라 딤섬도 수준급이었다. 내가 먹은 우육면은 약간 맑은 육개장 느낌인데, 더 맵게 먹고 싶다면 소스를 첨가하면 된다. 그러나 소스 없이도 충분히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양도 푸짐해서 한 젓가락당 고기 한 점을 얹혀 먹었던 것 같다. 예스러운 철판 찜기 위에 갓 쪄 나온 딤섬은 그 모락모락 나는 증기만 봐도 우선 침이 고인다. 입안을 데지 않도록 너무 먹고 싶더라도 심호흡을 한 뒤 조금 식혀먹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새우 딤섬을 먹었는데, 안에 들어간 새우의 식감과 향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입 베어 물면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랄까,,, 칼칼한 우육면과 쫄깃하고 짭조름한 새우 딤섬의 조화는 베를린을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Lon Men's Noodle House
Kantstraße 33, 10625 Berlin, 독일
+49 30 31519678
https://goo.gl/maps/zH7EkPgauY22


Monsieur Vuong
온기를 불어넣어준 쌀국수

6시쯤 도착한 나는 저녁시간이라 긴 줄을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나는 혼자라 금방 들어갔다. 혼자 맥주 한잔과 저녁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는데,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한 바가 있어 일렬로 쭉 앉았다. 나도 그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자리는 비좁았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아먹는 것이 뭔가 정감 있게 느껴졌다. 드디어 나온 소고기 쌀국수! 국물은 굉장히 맑고 위에 파가 다소 많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올려져 있는데, 한 입을 먹자마자 국물과 함께 어우러진 파 향은 국수를 먹는 내내 느끼함을 느낄 여유를 한치도 주지 않는다. 면발은 약간 넓으면서도 적당히 통통하며 후루룩 소리는 어쩔 수 없이 내 입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면발에 묻어있는 짭조름하고 기름기 있는 국물은 국수가 내 입으로 미끄덩하고 들어오기 위한 윤활유 같았다. 작은 사이즈를 시켰는데 다 먹을 때쯤 내가 왜 큰 사이즈를 안 시켰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먹고 나니 땀이 쭉 나면서 뭔가 정신이 든 느낌이었다. 아마 국수를 먹은 시간은 5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빨리 먹어서 그런지 내 옆에 앉아 여유롭게 맥주와 국수를 즐기고 계셨던 독일 아저씨는 왜 저렇게 빨리 먹나 하고 나를 힐긋 한번 쳐다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곳에서 칼바람에 놓을뻔한 정신을 다시 챙기고 몸을 따끈히 데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Monsieur Vuong
Alte Schönhauser Str. 46, 10119 Berlin, 독일
+49 30 99296924
https://goo.gl/maps/ZRfMqdZUA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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