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케익은 엄마의 핫케이크

국민학교 시절 내 생일케익은 엄마가 만들어주신 핫케이크이었다. 노랗고 폭신폭신한 동그란 빵을 여러장 겹쳐서 케익을 만들고 그 위에 초를 꽂았다. 엄마는 미용사로 일을 하시는 와중에도 매년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떡볶이며 잡채며 한 상 가득 음식들을 요리해주시고 케익까지 직접 만들어주셨다. 그 때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다.


다른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가보면 모두들 하얀색 생크림 케익을 동네 제과점에서 사왔다. 아직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많이 생기기 전이었고, 정감있는 글씨체로 “생일 축하”라고 초콜렛으로 적힌 케이크였다. 친구들의 생일상에는 치킨이나 피자, 과자들이 가득했다. 생각해보니 프랜차이즈 치킨집들도 많지 않던 때였다.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처음으로 후라이드 치킨과 피자를 맛 본 나는 그 날 저녁 자다가 구토를 할 정도로 심하게 배탈이 났다. 그 후로 한참을 친구 생일파티에 가서도 치킨이나 피자에 입을 대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은박지에 쌓이 전기통닭을 사오셔서 그제야 다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핫케이크는 자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번에 많은 양을 해야 하기도 했고, 생일 때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의 핫케이크였다. 노란 핫케이크의 맛은 달콤하면서도 계란향이 났고 계속 먹으면 목이 매여서 우유 한잔과 꿀꺽 먹으면 딱 좋은 맛이었다.


성인이 되고 군대에 가고 다시 결혼을 하고 부모님 집에서 독립을 하고 제주도라는 섬으로 이사오면서 엄마와 떨어져 지낸지 7년차가 되었다. 김치찌개, 꽃게탕, 양념바지락, 프랜치토스트, 생태찌개 등등 엄마가 해주신 음식들이 다양하게 많았고 기억에 남는 요리들도 많았지만 난 종종 엄마가 생일케익으로 만들어주신 핫케이크의 계란향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서울 부모님집에 찾아갈 때면 “아들, 뭐가 먹고 싶니?” 라고 물어보시는 엄마의 물음에 “핫케이크”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것 같아서 매번 꽃게탕이나 다른 음식을 말하곤 했었다.


이제는 나도 9살, 6살 두 아들의 아빠가 되어서 주말이면 가끔 핫케이크를 만들어주곤 한다. 처음에는 불조절을 잘못해서 검게 탄 빵을 만들기도 하고, 덜익어서 밀가루 맛이 나는 핫케이크를 만들기도 했지만 한 두번 실패를 경험하니 그럴듯한 모양의 핫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두꺼운 핫케이크는 어떻게 해도 만들 수가 없었다. 내가 만든 핫케이크는 얇게만 퍼졌고 부드럽고 퍽퍽한 것은 비슷했지만 엄마가 만든 핫케이크처럼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오르진 않았다.


도대체 엄마의 핫케이크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가족 단체 채팅방에 메세지를 보냈다.


[엄마 예전에 우리 생일 때 핫케이크 믹스로 케익 만들어주셨잖아요?]

[핫케이크 두껍고 폭신폭신하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그런데 엄마가 아니라 형수님께서 먼저 답장을 주셨다.


[핫케이크가 아니고 계란빵 아닐까요?]

[어머니가 저번에 해주셨던 것 같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분명 핫케이크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 그건 핫케이크가 아니라 계란넣고, 밀가루랑 반죽해서 오븐에 발효시키고..”


“우리집에 오븐이 있었어요?"

“응, 제빵용 오븐 있었지. 그래서 오븐에 숙성시켜서 부풀어오르면 오븐에 구워서 만든 빵이야.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줄게.”

“네, 엄마. 레시피 메세지로 보내주세요.”


“그래. 별로 안어려워. 간단해. 보내줄게.”


하하하. 지금까지 핫케이크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일케익이 계란빵이었다니 뭔가 추억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뭐, 핫케이크면 어떻고 계란빵이면 어떤가. 내 추억 속에 정성스럽게 생일케익을 만들어주시던 엄마의 모습과 맛있었던 핫케이크만 남기면 되지.


이제 우리 집 주방에서는 9살 아들이 직접 핫케이크 가루를 반죽을 내서 핫케이크를 앞 뒤로 정성스럽게 굽고 있다. 아빠 엄마가 핫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말해서 허락해주었는데.처음에는 뜨거운 후라이팬에 살짝 손을 데어 아파하기도 했지만 여러번 시도하고 난 후 노릇노릇하고 조그맣고 둥근 핫케이크를 재주도 좋게 만들어낸다.


우리 아들의 기억 속에는 지금 아빠와 함께 핫케이크를 만드는 순간이 또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까? 부디 내가 엄마의 핫케이크 생일케익을 행복하게 떠올리듯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핫케이크를 먹으면 행복한 순간을 함께 떠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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