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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주 Jan 18. 2017

4가지 종류의 돈

내 통장엔 어떤 돈이 있을까?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불리기 원한다. 재테크의 목표는 이익을 얻는 것이지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를 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목표도 아니거니와 자칫 탐욕의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재테크를 하기에 앞서, 돈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재정컨설턴트인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돈을 4가지(빅머니, 허들머니, 포켓머니, 해피머니) 종류로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빅머니(Big Money)'다. 빅머니는 인생을 바꿀만한 규모의 돈이다. 마치 로또를 꿈꾸는 것처럼. 그러나 빅머니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확률이 아주 희박한 로또를 긁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로또가 아니라도 빅머니를 만드는 사람은 많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창업이다. 우리는 창업을 통해 대박을 터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그것 역시 로또만큼은 아니지만 결코 쉽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업을 설립하여 5년을 버틸 확률은 27.3%에 불과하다. 100명이 창업하면 5년 뒤엔 3/4이 문을 닫는 셈이다. 특히 식당을 비롯한 치킨집, 피자, 카페 등 흔히 이야기하는 생계형 창업의 생존율은 더욱 낮다. 그러나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창업 후 10년이 경과하지 않았는데도 빅머니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대체로 그들은 IT와 같은 기술기반의 혁신적 창업가들이 많다. 필자가 최근에 알게 된 30대 초반의 청년도 동료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를 M&A를 통해 매각하여 30억 원이라는 빅머니를 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기술이 없는 사람에겐 전혀 기회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구글이나 혹은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국내에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뀐 티몬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어떻게 그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나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창업자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맸다. 세계적인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대표기업인 KFC의 설립자 커넬 샌드슨이 첫 번째 투자자를 찾기 위해 1008번의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마침내 1009번 째의 사람에게서 첫 투자를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업에 투자할 기회는 열려 있다. 다만, 스쳐 지나는 기회들을 붙들 수 있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진주 목걸이의 주인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있다. 또한 그들은 구글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사업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투자를 하려면 돈이 많아야 되잖아?” 그렇지 않다. 심지어 100만 원 – 200만 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충분하다. “투자를 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어딨어?” 그래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크라우드 펀딩회사들은 스타트업과 소액의 투자자를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소액의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들은 창업기업 투자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로 인해 절세되는 몫을 생각하면 투자원금을 모두 날릴 걱정은 없는 셈이다. 예를 들어 년간 소득금액이 1500만 원 이하인 경우 투자금의 100%, 15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는 50%, 5000만 원 초과는 3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절세상품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 소득공제가 가능한 투자대상 기업으로는 벤처기업은 물론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창업 후 3년 이내의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또한 투자한 연도에 소득공제를 받지 않고 그 해를 포함하여 3년 중 한 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따라서 소득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물론 투자 후 3년이 경과하기 전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는 경우에는 소득공제를 통해 환급받았던 세금도 추징된다. 


그러나 빅머니의 기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은 사람과 방향성(트렌드)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는 것들의 실체가 사람과 트렌드였다. 


먼저,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티몬을 창업했던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면 빅머니의 기회에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30대 초반의 30억 부자 청년도 창업자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재정컨설턴트인 필자가 고객이 가진 자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궁금해하는 이유다. 


KFC의 설립자 커넬 샌더슨의 제안을 거절했던 1008명, 또한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이 내민 투자제안을 거절했던 사람들 역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그들이 내민 상품, 즉 불확실한 아이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들 앞에 다가온 엄청난 기회를 날려 버렸다. 당신이 정말 빅머니를 원한다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또는 만나는 사람들의 명함과 재산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능성을 가진 사람인지가 훨씬 더 궁금해야 한다. 

그러나 KFC의 설립자 커넬 샌더슨이 1008번의 거절을 당하고 구글의 공동창업자들 조차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었던 것처럼, 창업 초기 기업에 구체적인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변화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창업하는 모든 기업은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지금 당장의 필요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런 필요가 미래, 즉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는 방향성, 트렌드라고 말한다. 


따라서 빅머니의 기회를 잡는 두 번째 키워드는 '트렌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창업기업이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여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빅머니를 벌었다. 시대의 방향에 맞는 기업에 투자했고 그 때문에 가치투자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었다.

두 번째 돈은 허들머니(Hurdle Money)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테크’로 모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한다. 예컨대 재테크로 ‘대박’을 꿈꾸거나 ‘빅머니’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테크를 통해 빅머니를 만드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런 생각으로 달려들다가 쪽박 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테크는 ‘빅머니’로 가는 훈련이며 습관이기 때문이다. 부자의 습관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첫째는 ‘허들(hurdle)’, 반드시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것을 우리는 ‘위험(risk)’으로 부른다. 따라서 재테크는 항상 닥치는 허들을 인정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 적금만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허들, 즉 위험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수익을 원한다면 키가 낮은 허들을 선택하고 더 높은 수익을 원하면 그만큼 키가 더 높은 허들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앞의 허들을 즐겁게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포츠나 게임을 즐기는 방법과 같다. 예컨대, 경기의 규칙이나 게임의 룰도 모르면서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노릇이다. 재테크도 마찬가지, 자기가 투자하려는 상품이나 종목에 대한 정보는 물론 투자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보에도 일상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는 허들 경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다. 중도에 포기하면서 기록을 따질 수는 없다. 그것을 우리는 만기 혹은 완주라고 표현한다. 즉, 재테크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완주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만기는 꼭 기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정한 목표수익률이나 목표금액이 만기일 수도 있다. 

세 번째 돈은 ‘포켓머니(Pocket Money)’다. 지출습관과 소비 관리를 통해 만드는 돈이다. 흔히 말하는 ‘짠 테크’,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도 포켓머니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포켓머니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돈은 애초부터 ‘소비’를 위해 만들어졌다. 돈의 본능은 지출이기 때문에 답답한 통장에 갇혀있기보다 통장을 찢고 나가 노는 것에 익숙하다. 돈을 모으고 불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쓰는 것은 한순간이면 족한 이유와 닿아있다. 따라서 돈의 본능, 즉 지출을 다스리지 못하면 통장이 텅 비워있을 때가 많다. 돈의 본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통장이 살아날 수 있다. 


부자들은 이 같은 돈의 본능을 잘 알고 있다. 큰돈은 물론 작은 돈도 성실하게 관리한다. 더구나 빠듯한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포켓머니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포켓머니가 단지 포켓머니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해마다 12월과 1월이 되면 대부분 직장인들이 연말정산 정보를 찾아다니지만 여태껏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아 부자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연말정산에 노력을 기울이는 목적이 세금을 돌려받는 환급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통장을 나누는 것도,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포켓머니를 구체적인 재테크, 즉 허들머니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네 번째 돈은 ‘해피머니(Happy Money)’다. 이 돈에는 행복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종류의 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돈의 본능은 지출이다. 통장 안에 갇혀 지내기보다 통장을 찢고 나가서 놀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돈이 나가서 노는 장소가 어디인지, 어울리는 친구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의 행복도 달라진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이 가득 찬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값비싼 쇼핑을 하면서도 마음이 텅 비고 허전할 수도 있다. 


지출과 마찬가지로 행복 역시 습관이다. 작은 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큰돈에서 행복을 찾기는 어렵다. ‘돈만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 속에 숨어있는 함정이다. 누구나 꿈꾸는 큰돈을 움켜쥐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행의 시작이 된 사람들도 많다.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 없이 행복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 행복의 주소지가 내일이 아닌 오늘, 그리고 지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통장엔 어떤 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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