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VS <투자의 세계>
베스트셀러 <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 미공개원고
<부부의 세계>와 <투자의 세계>
얼마전, 인기리에 방송된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부부의 세계>와 <부자의 세계>는 어떻게 다를까? 그것을 비교하면 재무제표와 주식투자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신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또한 부부 사이의 신뢰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떨까?
투자의 셰계에서도 신뢰가 필요하다. 내가 어떤 종목에 투자할 때, 그 기업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투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생겨날까?
재무제표는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하며 보편적인 수단이다. 그것은 지난 1년 동안의 기업경영 성과에 대한 결산보고를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종류의 회계자료를 뜻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 등이 있다
그런데 최근의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재무제표상 오를만한 종목들의 주가 보다 당장에 오르기 힘든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단연 돋보인다. 예컨대, 지난 3월 중순의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대폭락을 기점으로 최근 3개월 동안 대부분의 종목들이 상승했지만 그 가운데 특히 재무제표상 당장에 오르기 힘든 종목들이 더 많이 올랐다. 예를들면, 한국의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 아마존과 같은 흑자기업의 주가 상승률 보다 한국의 카카오, 에스에너지, 안트로젠 또는 미국의 쇼피파이와 같은 적자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심지어 재무제표 상으로는 절대 투자하면 안되는 기업, 예컨대 파산직전의 샌드오일업체, 체서피크 에너지와 세계적인 렌트카 업체, 허츠의 경우도 그랬다.
체서피크 에너지의 경우 6월 2일 종가가 12.83달러 였는데 4영업일 만인 6월 8일 종가는 무려 69.99달러에 달했다. 불과 4일 만에 여섯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허츠도 마찬가지다. 6월 3일 종가는 0.81 달러였지만 3영업일이 지난 6월 8일 종가는 5.53달러까지 치솟았다. 3일만에 일곱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신뢰는 오를 것 같아서 생긴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부부의 세계에서 신뢰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신뢰는 재무제표가 좋아서가 아니라 당장에 오를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재무제표와 같은 객관적 정보 보다 그때 당시의 트렌드 혹은 정부정책에 영향받는 테마종목, 그리고 최근까지의 폭락으로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 같은 낙폭과대 종목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 등이 신뢰를 만든다.
그렇다고 재무제표가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체스피크 에너지의 경우 6월 18일 현재의 종가는 12.99달러에 불과하다. 6월 8일에 비하면 무려 80% 이상 폭락했으니 거의 망한 셈이다. 허츠도 마찬가지다. 6월 18일 현재의 종가는 1.8달러에 불과하다. 6월 8일에 에 비하면 70%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재무제표의 중요성 여부가 아니라 결과로 나타나는 주식시장은 항상 옳다는 사실이다. 주가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 실적은 물론 매수와 매도의 수급 상황과 정부정책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인 요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투자심리는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많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공매도와 프로그램 매매 등 기술적인 요인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장기투자가 쉽지 않은 이유
따라서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성, 즉 시장의 색깔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물론 장기적인 주식 시장은 항상 우상향하며 장기적인 주가 역시 기업실적에 수렴된다. 가능하면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경제 및 투자 시장의 변동성은 장기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큰 장애물이다. 이러다 잘못되는 것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장기투자의 결단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가운데 주식투자를 선택한다. 첫째는 망하지 않을 우량기업에 분산투자 한 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끊고 10년, 20년 기다리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에 깔린 증권 회사의 앱도 삭제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총 투자금액의 일부를 장기투자 하고 나머지를 단기투자로 활용하는 방법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장기투자를 포기하고 단기투자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단기투자는 어지간한 전문가 조차 성공확율이 낮다. 또한 장기투자와 단기투자를 병행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단기투자를 위해 주식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것 자체가 장기투자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에 계속 관심을 가지기 원한다면 장기투자나 단기투자 대신 중기투자를 하는 방법이 있다. 중기 투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장기투자를 포기할 때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방향성, 즉 트랜드를 읽어 가는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게 쉽다면 누가 스트레스 받아가며 직장을 다니겠는가? 시간과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지만 다만 한 가지, 주식시장은 경제 안정성을 기준으로 재무제표의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경제 안정기와 경제 불황기의 주식투자
예컨대 경제 안정기의 주식 시장은 재무제표의 영향력이 크다. 즉 삼성전자와 같이 이익이 나는 종목들의 상승률이 높다. 경제가 안정되었다는 것은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때는 자산운용사와 같은 전문투자자들이 돈을 번다. 그들은 경제 펀드멘탈을 중심으로 대형 우량주 등 원칙적인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제 불황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의 실적을 나타내는 재무제표 보다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정부정책이나 시대변화에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의 상승률이 높다. 최근 한국주식 가운데 재무제표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바이오종목 안트로젠이나 적자는 아니지만 이익률이 많지않은 태양광 기업 에스에너지 등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또한 이때는 원칙적인 투자를 중요시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은 그닥 좋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3년은 어떨까? 경제 안정기 혹은 경제 불황기 가운데 어디에 해당될까? 나는 당연히 경제불황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앞다투어 엄청난 돈을 뿌렸고 수많은 부양정책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의 주식상승은 경제적인 요인보다 그같은 유동성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경기침체는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악화된 기업실적과 고용회복에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 이전의 기업실적과 고용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재무제표는 투자의 안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방법을 찾을 것이다. 다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은 함정이다. 나는 그 시간을 최소 3년이라고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면, 최소한 3년은 경제 불황기라는 뜻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의 주식시장과 가장 비슷한 시기는 2018년이었다. 그때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의 경제위기론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 특히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정말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요즘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그때의 주식시장도 재무제표 영향력이 낮았다. 즉, 재무제표가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거나 횡보하고 재무제표상 이익이 많지 않거나 심지어 적자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더 높았다. 그결과 경제 펀드멘탈을 중요시하면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한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은 대부분 20%-30%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물론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자산운용사들의 성적은 좋지 않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이 그들보다 높다.
그러나 앞서 체스피커 에너지나 허츠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에서 살펴보았듯, 재무제표의 안정성은 주식투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그런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즉, 경제 불황기의 주식투자는 재무제표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재무제표가 좋은 종목의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신 정부정책과 시대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 종목들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 <부부의 세계>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신뢰가 생기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오를 것 같아 신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