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살까? 펀드에 투자할까?
일반적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그 나라의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경기가 좋을 때 기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은 상승하고 월급 등 가계소득이 늘어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 흐름도 원할해진다. 물론 경기가 나쁠 땐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함께 위축된다. 또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금리’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을 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주식에 투자하고, 주택담보대출 같은 자금조달비용이 낮아 이때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같은 비율로 등락하지는 않는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함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정서적 선택이 투자 대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방해하는 ‘착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필자는 ‘정서적 편견’이라 부른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살펴보면 똑같은 경제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은 소위 박스권(코스피 2000~2200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했지만 부동산시장은 뚜렷하게 상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국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3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4년 동안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 상승률은 1.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인상률은 거의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반대로 생각하는 이유는 아파트 가격의 지역별 편차가 매우 컸으며, 특히 여론 주목도가 높은 지역의 상승률이 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7% 상승했는데,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는 34.7%나 올랐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아파트에 투자해 이익을 얻은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강남 3구에 투자할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13.7% 상승했다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강남 3구가 포함된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4년 동안 13.7% 수익을 얻었다 해도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대단하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파트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다. 상당한 정서적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지만, 정작 수익을 얻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상승 기류는 값비싼 대기업 주식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식과 부동산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요인은 무엇일까. 정부 정책과 실생활, 그리고 경험 등 세 가지로 나눠 이해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부 정책이다. 알다시피 지난 4년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은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기조는 결국 많은 이에게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겨줬다. 한 나라의 경제주체를 정부와 기업, 가계(개인)로 3분할 때 현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연 정부, 기업, 가계(개인) 순이다. 따라서 정부의 메시지가 개인의 정서적 판단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장기적인 안목과 균형 감각이 중요한 이유다.
두 번째는 실생활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지 않다. 그만큼 주식시장의 상승 혹은 하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아파트 같은 거주자산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전세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임대인이 전셋값과 월세를 올린다면, 차라리 그 돈에 은행대출을 합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면서 아파트 가격에 민감해진다.
세 번째는 경험이다. 주식시장은 가격 등락이 심하다. 또한 단돈 1만 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전화 한 통화, 클릭 한 번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조금만 오르거나 내려도 얼른 팔아 이익을 챙기거나 손해를 줄여야 한다는 심리가 크기 때문에 매일 주식가격 등락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장기투자도 쉽지 않다.
반면, 아파트는 주식투자와 정반대 속성이 있다. 매일 등락을 확인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거래도 불편하고 은행대출을 끼더라도 내가 준비해야 할 목돈이 만만찮다. 특히 주거가 목적이라면 학교, 직장 등 가격과 별개로 매매를 결정하는 데 미치는 요소도 다양하다. 그렇다 보니 기간적인 등락과 상관없이 장기투자로 이어졌다. 더욱이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경제의 평균적인 성장이익을 누려온 까닭에 소위 ‘부동산 불패신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이러한 투자 심리는 상당 시간 구축돼온 정서적 습관이기에 이를 바꾸려면 일종의 용기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식이 아닌 아파트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많다. 하지만 정서적 선택에는 정서적 편견에 따른 ‘착시’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투자자가 갖춰야 할 ‘균형 감각’이다.
먼저, 지난 4년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대한 착시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극소수 수혜자를 제외하고 대출이자와 아파트 거래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보였다. 또한 당장의 전셋값과 월세 부담에 쫓겨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방해하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거액의 담보대출을 안고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할 때까지 다른 저축이나 투자를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저축 절벽 시대’를 상당 기간 각오해야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고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이런 점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한편 현 주식시장 상승은 2007년 펀드대란과는 정반대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07년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에서 이뤄진 ‘꼭지’였다면, 지금은 금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하는 추세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주식가격 상승 원인이 그때와는 판이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에서도 금리가 바닥에서 오르기 시작하는 금리상승기에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10년 전 펀드대란과 지난 수년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 탓에 펀드에 들었다가도 얼마 못 가 금세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월급쟁이에게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은 월급을 이용하는 장기적립식 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방법은 시장 변동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리인상기에 과다한 부채로 발생하게 될 이자비용의 압박으로부터도 자유롭게 한다. 펀드냐, 부동산이냐 고민하기에 앞서 정서적 습관을 타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참고 : 이 칼럼은 주간동아에도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