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420만 원이라는 그 부부는 매달 얼마를 지출(저축 및 투자 포함)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렵게 정리한 월 현금흐름표를 보니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가 50만 원이나 됐다. 통장에 남아 있지 않으니 분명 어딘가에 썼겠지만, 그 부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출 관리는 소득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그 이상을 소비하면 매달 적자일 수밖에 없다. 반면 아무리 적은 돈을 벌더라도 그 이상을 소비하지 않는다면 적자도 없다. 그러나 이들 부부처럼 한 달에 얼마를 소비하는지 잘 모르는 가정이 많다. 이런 현상은 신용카드로 할부 구매를 많이 하거나 월급통장과 지출통장이 분리돼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신용카드 할부를 정확히 표현하면 외상거래, 부채 증가에 해당된다.
또한 실제 소비한 달과 돈이 빠져나가는 달이 달라지면서 지출 관리가 어려워진다. 특히 별도의 지출통장 없이 월급통장을 신용카드 결제 계좌로 사용하는 경우 이달에 입금된 월급 전체를 소비 가능한 여윳돈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무의식중에 생활상 과소비가 습관으로 굳어진다. 이런 현상은 신용카드 할부 건수가 많아질수록 더욱 복잡해져 마침내 ‘기억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따라서 먼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써야 한다. 그리고 월급통장과 지출통장을 구분한 다음 저축과 투자를 위해 납부해야 하는 돈, 아파트 관리비나 월세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 기타 예비비를 제외하고 남는 돈의 범위에서 매달 지출 계획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출통장으로 이체해 사용한다. 이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만약 이때 신용카드 할부 잔금이 있다면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미리 상환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지출 관리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