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흔들리는 게 제일 무서운 사람들까지
불안은
항상 조용히 온다.
큰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누가 나를 밀쳐서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는 날에 온다.
평온해야 할 시간에,
불안이 먼저 도착한다.
나는 그게 이상했다.
모든 것이 괜찮은데
왜 내 마음만 먼저 무너지는지.
왜 나는
편해지는 순간에 더 불편해지는지.
불안이 오면
나는 제일 먼저 핸드폰을 켠다.
알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 더 내린다.
카톡을 보고,
영상을 보고,
의미 없는 글을 넘긴다.
그 손은
지루해서가 아니다.
그 손은
불안을 모르게 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이다.
불안은
두려움이 아니다.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일어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감각이다.
몸이 먼저 믿어버리는 미래.
그래서 불안이 심한 날은
아직 아무도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았는데
이미 다친 사람처럼 행동한다.
말을 조심하고,
표정을 관리하고,
미리 사과하고,
미리 포기한다.
나는 늘 불안을 없애려고 했다.
불안해하지 말자.
걱정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안을 밀어낼수록
불안은 더 커졌다.
마치 내가 문을 잠그면
더 세게 두드리는 사람처럼.
어느 날
정말 사소한 순간이었다.
컵에 물을 따르다가
손이 떨려서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물방울이
너무 크게 들렸다.
그때 나는
알았다.
아, 지금 나는
세상이 아니라
나를 무서워하고 있구나.
세상이 나를 해칠까 봐가 아니라
내가 나를 놓칠까 봐.
불안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불안은
내가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나를 찾으러 오는 신호다.
“너 지금 어디 있어?”
불안이 심한 사람은
대체로 성격이 약한 사람이 아니다.
불안이 심한 사람은
감각이 빠른 사람이다.
위험을 너무 빨리 감지해서
아직 아무것도 오지 않았는데
미리 숨을 멈추는 사람.
그리고 그 숨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사람.
불안한 사람은
잘 웃는다.
잘 괜찮다고 말한다.
불안한 사람은
불안하지 않은 척하는 데
시간을 제일 많이 쓴다.
그래서
불안이 끝난 뒤 남는 건
피곤함이다.
그날 하루를 산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나를 숨긴 죄로 벌을 받은 것처럼.
오늘도 불안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불안을 그냥 곁에 두기로 했다.
불안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본다.
“나 지금 뭐가 무서운 거야?”
한참 있다가
불안이 내 안에서 대답한다.
“끝이 없어 보여서.”
맞다.
불안은 결국
모름이었다.
끝을 모르는 상태.
기준이 없는 상태.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
그래서 불안할 때
내가 필요한 건
해결이 아니라
작은 기준 하나다.
오늘은
내가 나를 잃지 않게.
너무 멀리 가지 않게.
내 마음에
작은 불을 하나 켠다.
“지금은 여기야.”
그리고
그 말만 하고
더는 괜찮아지려 하지 않는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불안은 내 적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잃지 않게 하는
가장 날카로운 신호라는 걸.
그래서 오늘 밤은
불안에게도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불안도 결국
나를 찾으러 온 것이니까.
(찾아온 불안에게 한마디 남겨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