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닿을 수 있다는 오만
이것은
구걸하는 걸까?
내 마음을 알아달라
내 진심을 봐줘
내 편이 되어야 해
설명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화를 낸다
“어떻게 나를
모를 수가 있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마치
나를 이해하는 것이
상대의 의무인 것처럼
당연하듯 당당하게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은 권리가 아니다
폭력이다
타인의 머릿속에
내 우주를 억지로 구겨 넣으려는
가장
오만한 폭력
나를 들여다보자
나는
나를 이해했을까
나도
내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 바뀌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헤매는데
어떻게 타인이
나를 온전히 알 수 있을까
말(言)은
불완전한 도구다
내 마음의 크기가 바다라면
말은 고작 빗물 몇 방울이다
나는
그 몇 방울을 상대에게 튀겨 놓고
바다를 보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너와 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수없이 많은 각자의 길로
흐르고 만난다
그 강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그런데 나는
그 강을 메워버리려 한다
“우리는 하나야.”
“눈빛만 봐도 알아야지.”
이 달콤한 말들은
사실 경고다
상대를 독립된 존재로 보지 않고
나의 확장된 자아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이해받지 못하면 배신감을 느끼고
오해받으면 세상이 무너진 듯 군다
그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타인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 명백한 진실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설명하기를 멈춘다
오해하면
오해하게 둔다
그것은
그 사람의 시선이지
나의 본질이 아니다
나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같은 침대를 써도
다른 꿈을 꾸는 존재들이다
그 절대적인 고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독은
분리가 아니다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기능이다
진정한 존중은
“너를 이해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너는 너의 우주에 살고
나는 나의 우주에 산다
우리는
서로의 우주를 침범하지 않은 채
그저 나란히 서 있을 뿐이다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알 수 없음을 알기에
함부로 충고하지 않는다
그 거리감이야말로
가장 우아한 사랑의 형태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더 이상 서글프지 않다
나는
타인의 이해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나의 호흡으로 산다
그 사람의 이해는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나의 몫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설명할 필요 없다
증명할 필요 없다
그냥
존재하면 된다
이해는
사랑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서로가
영원히 타인임을 인정하는 것
그 서늘한
예의가
서로를
숨 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