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대상을 사랑한 게 아니라, 내가 덧칠한 페인트를 사랑했다

by 베레쉬트


놓으려고 했다


수없이 다짐했다


이제 그만하자고
이건 미친 짓이라고


그런데
안 된다


머리로는 아는데
손은 더 꽉 쥐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네가 욕심이 많아서 그래.”
“네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
“마음을 비워.”



내가 못 놓는 이유는
내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생명’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 호흡기를 쓴 환자에게


“집착하지 말고 호흡기 떼세요”라고 하면
그게 말이 될까?

죽을 것 같으니까

우리가 집착하는 대상은


우리 뇌 속에서
이미 ‘산소 호흡기’로 입력되어 있다


‘저 사람 없으면 난 죽어.’
‘저 돈 없으면 난 끝이야.’
‘이번에 안되면 난 매장이야.’


뇌는 그것을
기호 식품이 아니라

생존 필수품으로 인식한다


그러니
의지로 놓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살려고 쥐고 있는 거니까


문제는
내 의지가 아니다


생각이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평범한 돌멩이 하나에
내가 원하는 색깔을 칠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구원’이라는 색을 칠하고


어떤 물건에는 ‘안전’이라는 색을 칠하고


어떤 행동에는 ‘행복’이라는 색을 칠한다


그리고는
그 돌멩이를 끌어안고 운다


“이 돌멩이가 없으면 난 행복할 수 없어!”

자신은 그 돌멩이를 사랑한 게 아니다

그 돌멩이에 자신이 칠해 놓은

‘행복’이라는 페인트를 사랑한 것이다


그 사람은 구원자가 아니다

그냥 밥 먹고 화장실 가는 평범한 인간이다


자신이 그에게 ‘구원자’ 역할을 뒤집어 씌웠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생명’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집착은


대단한 사랑도 아니고

지독한 욕심도 아니다


착각이 만들어낸
환각이다


내가 내 결핍을 투영해서 만든
신기루를 붙잡고


그게 실재라고 믿으며
목숨 걸고 있는
웃지 못할 착시 현상이다


그러니
해법은 ‘내려놓음’이 아니다


내려놓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진짜라고 믿는데 어떻게 내려놓나


해법은

‘자세히 보는 것’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그 대상의 ‘민낯’을 직시하는 것이다




가만히 보라


저 사람이 정말
내 인생을 책임져 줄 '신'인가?


아니면 그저 자기 앞가림도 벅찬 인간인가?


저 성공이 정말
나를 영원히 빛나게 해 줄 태양인가?


아니면 잠깐 반짝이다 꺼질 전구인가?


대상을 현미경 보듯
아주 차갑고 건조하게 뜯어보라


환상이 깨지는 순간
마법은 풀린다


“어? 뭐야.”


“그냥 돌멩이잖아?”


“그냥 사람이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손은
명령하지 않아도 저절로 펴진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소중하게 쥐고 있을 사람은 없으니까


우리가 그토록 괴로웠던 건
내가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다


단지
오해했을 뿐이다


그것이 나에게 행복을 줄 것이다
그것이 내 목숨줄이다


이 오해가 풀리면
집착은 증발한다


노력해서 끊어내는 게 아니다


가치가 없음을 알아버려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다


마치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아이가
더 이상 양말을 걸어두지 않는 것처럼





자신은 바뀔 필요가 없다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이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그 대상을


아주 냉정하게
다시 쳐다보면 된다


덧칠한 페인트를 벗겨내고
그것의 맨얼굴을 보는 순간


당신은 허탈해서 웃게 될 것이다


“내가 고작
이거 때문에
죽네 사네 했던 거야?”


그 허탈한 웃음이
바로
자유의 시작이다




집착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평범한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버린


나의 생각이 일으킨
인식의 오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