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가장 먼저 때리던 이유
실수를 했다
아주 작은 실수였다
남들은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그런데 내 안에서는
이미 재판이 시작됐다
판사도 나였고
검사도 나였고
피고인도 나였다
“너
또 그랬지?”
자책이 찾아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게 중요해?”
자책이 차갑게 물었다
“네가 멍청하게 굴어서
상황이 꼬였다는 게
중요하지”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자책의 말은
늘 사실처럼 들리니까
자책은
내 과거의 모든 실수들을
순식간에 불러왔다
“저번에도 그랬잖아”
“너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망치지”
“사람들이
너를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점점 작아졌다
방구석으로
이불속으로
더 깊은 곳으로
그때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책은
나를 때리면서도
계속 문 밖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사람처럼
“너
누구 기다려?”
자책이 멈칫했다
“아니”
“근데 왜
자꾸 밖을 봐?”
자책은 대답하지 않고
나를 더 세게 몰아세웠다
“닥치고
반성이나 해”
“네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인정하라고”
나는 아팠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이건 형벌이 아니다
이건
보호다
나는 몸을 일으켜
자책의 팔을 잡았다
“너 지금
나 보호하는 중이지?”
자책이
나를 노려봤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나를 먼저 때리면
남들이 때릴 이유가
사라지니까”
“내가 먼저
죽을상을 하고 있으면
남들이
차마 비난하지 못하니까”
“너는 지금
가장 비겁한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있는 거야”
자책은 뿌리치려 했지만
나는 놓지 않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되면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지?”
자책의 힘이 빠졌다
그 거대해 보이던 괴물은
사실
겁에 질린
어린아이였다
비난받는 게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내가 나를
부서뜨려 버리자고
결심한
겁쟁이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럼
어떡해?”
자책이
작게 중얼거렸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공격할 텐데
방심하면
비웃을 텐데”
“그때 가서
아픈 게 나아”
내가 말했다
“매일
미리 아픈 것보다
그냥
한 번 아프고
마는 게
나아”
자책이 물었다
“정말
견딜 수 있겠어?”
“모르겠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네가 나를 때리는 것보다는
덜 아플 것 같아”
남의 비난은
한 귀로
흘릴 수 있지만
네 비난은
내 뼛속에
박히니까
자책은
더 이상
나를 때리지 않았다
대신
내 옆에
지친 듯
주저앉았다
“나도
힘들어”
자책이 말했다
“너를
감시하느라
한숨도
못 잤어”
나는 자책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이제
좀 자”
“내가 실수하면
어떡해?”
“그럼
그냥
사과하면 돼”
“사과로
안 끝나면?”
“그럼
욕 좀 먹지 뭐”
자책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긴장이 풀린 자책은
작고
초라해 보였다
나는 알았다
이 녀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불안해지면
언제든 다시 깨어나
채찍을 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나는
거울을 봤다
거기엔
완벽한 사람은
없었지만
괴물에게
쫓기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실수하고
책임질 준비를 하는
괜찮은 사람이
서 있었다
자책은
반성이 아니다
타인의 비난보다
먼저 도착하고 싶었던
나의
가장 슬픈
보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