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하루를 건너오는 방식
요즘 들어 일이 더 바빠졌다고 느낀다.
업무량이 갑자기 늘어서라기보다는,
일을 정리해 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각자의 몫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방향을 잡는 역할에 있고,
누군가는 그 방향을 실행하는 역할에 있다.
문제는 그 경계가 흐려질 때다.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일이 흘러가면,
나는 종종 일을 하면서 동시에 설명하는 사람이 된다.
분명 내 업무가 있는데,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상황부터 이해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질문을 받고, 맥락을 설명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면
이미 에너지가 한 번 빠져 있는 상태다.
이상한 감정이 든다.
가르치고 있다는 표현은 어딘가 맞지 않고,
그렇다고 단순히 돕고 있다고 말하기에도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결정은 내가 하지 않지만,
일이 굴러가게 만드는 과정에는
늘 내가 포함되어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가장 힘든 순간은 바쁠 때다.
내 일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설명과 확인이 겹쳐질 때,
마음이 먼저 지친다.
알려주지 않으면 일이 멈추고,
알려주면 내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물론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구조 안에서는
누구든 헷갈릴 수 있고,
누군가는 그 틈을 메우게 된다.
다만 이해와 감당은 다르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낀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공백을 대신 메우고 있는 걸까.
이게 나의 성실함인지,
아니면 익숙해진 부담인지
경계가 흐려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상황이 내 마음을 어떻게 소모시키는지
정직하게 남기기 위해서다.
말로 꺼내지 않으면
괜히 내가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그동안은 조용히 넘겨왔던 마음이다.
아마 비슷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각자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틈까지 함께 안고 있는 사람들.
이 글이 그 마음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해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는
작은 확인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 나는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구분하는 일,
모든 공백을 내가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
이 마음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