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얻은 지능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인공지능 역사가 엄청 오래되었는데요.
왜 아직 인간이랑 똑같은 휴머노이드는 없는 건가요?”
서울 청운중학교.
‘인공지능 역사’라는 제목의 특강을 진행하던 한나는 속으로 작게 숨을 골랐다.
드디어 나올 질문이 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이에요.”
한나는 교탁 옆에 서서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직후라 졸린 눈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질문을 던진 학생을 중심으로 교실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게 느껴졌다.
“이십 세기와 이십일 세기 초반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단순했어요. 사진 속에서 사람 얼굴을 구분하거나,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스스로 익혀서 인간과 대결하기도 했죠. 사람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대화도 했고요.”
홀로그램에 오래된 바둑 대국 영상과 게임 화면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속에만 머무르지 않게 됐어요. 우리가 타는 자율주행 자동차, 완전히 자동화된 공장, 첨단 농장까지. 인공지능은 물리적인 세계로 점점 확장됐죠. 인공지능 판사, 증강현실 칩, 그리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까지요.”
그때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봇 강아지요. 로봇 낙타 같은 것도 있잖아요.”
“맞아요.”
한나는 그 학생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
“휴머노이드를 이야기하려면, 사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한나가 손짓하자 학생들 각자의 책상 위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화면 속에는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초기 로봇 강아지들이 등장했다. 딱딱한 금속과 플라스틱 몸체, 어색한 걸음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
위잉— 위잉—.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기계음이 교실을 채웠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웃기죠?”
한나가 말했다.
“그런데 당시엔 저 로봇들이 정말 혁신이었어요. 문제는 따로 있었죠.”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교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몸이에요. 몸.”
한나는 자신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도,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면 실제 세계를 제대로 경험할 수 없어요. 온도, 압력, 통증, 냄새, 촉감. 그리고 행동의 결과까지요. 시뮬레이션으로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깨달았어요. 지능이 제대로 자라려면, 지능이 머물 수 있는 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요.”
학생들 몇 명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쥐었다 펴 보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라는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금속과 모터였지만, 점점 동물의 몸을 닮아 가게 됐죠. 센서, 피부, 근육. 오감을 느끼는 기술과 실제 생물과 유사한 소재들이 개발되기 시작했어요.”
홀로그램에 최신형 로봇 강아지가 떠올랐다. 부드러운 털, 자연스러운 눈동자, 숨 쉬듯 미세하게 움직이는 몸.
교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어설펐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로봇 강아지의 몸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몸에, 더 정교해진 인공지능을 넣었죠.”
한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러분 중에, 진짜 강아지랑 로봇 강아지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 있나요?”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보더니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발전했어요.”
한 학생이 머뭇거리다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희 집도 한 마리 키우는데요. 엄마는 로봇이라고 하시거든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걔가 산책하다가 다른 개한테 으르렁거리기도 하고요. 예전에 한 번은 다른 집 개를 문 적도 있어요. 로봇인데, 왜 그런 거예요?”
교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한나는 잠시 웃다가, 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바로 과학이 추구하는 인공지능이에요.”
잠깐의 멈춤.
“실제와 구분되지 않는 가짜.”
‘가짜’라는 말에 몇몇 학생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다.
“사실 요즘은 진짜 개나 고양이를 찾는 게 더 어려워요. 사람들은 로봇 반려동물을 더 선호하니까요.”
한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성공 이후에 과학자들은 생각했어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닮은 존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교실 뒤편에서 누군가 숨을 삼켰다.
“인간을 닮은 지능엔, 인간을 닮은 몸이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휴머노이드예요.”
한나는 손짓했다. 이번에 떠오른 홀로그램은,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이었다. 항공 사진처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크지만 황량했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임이 한눈에 보였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을 시험하는 건, 강아지 로봇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한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래서 과학자들과 정부는, 한 가지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학생들의 시선이 홀로그램에 고정되었다.
“휴머노이드를… 인간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살게 하기로 했어요.”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한나는 그 섬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시작되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