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된 인공지능 - 파트 2

섬, 그리고 교육

by 물개사랑

홀로그램 속 섬은 고요했다.

짙은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채, 마치 지도에서 일부러 지워진 듯한 장소였다.

“이 섬은 꽤 크지만 물이 없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에요.”

한나가 말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군사 실험이나 연구용으로만 쓰이던 곳이었죠.”

한 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 그냥 도시 한쪽에서 실험하면 안 됐나요?”

한나는 잠시 그 학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됐어요. 절대.”

그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휴머노이드는 반려동물 로봇과 달라요. 로봇 강아지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라와요. 한계가 명확하거든요. 하지만 인간을 닮은 지능은 달라요.”

홀로그램에 휴머노이드의 내부 구조가 나타났다. 인간과 거의 같은 근골격, 균형 잡힌 관절, 정교하게 설계된 감각 기관.

“첫 번째 문제는 이거였어요.

기르는 동안은 괜찮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기르는 인간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을 가능성.”

학생들 사이에서 작게 웅성거림이 일었다.

“두 번째는 관계 문제예요.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소유물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대등한 존재일까요? 권리는요? 책임은요? 아직 아무 답도 없어요.”

한나는 말을 멈췄다가, 마지막을 덧붙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교실의 공기가 조금 식었다.


“그래서 정부는 휴머노이드를 완전히 격리하기로 했어요. 섬 주위에는 군함과 잠수정을 배치했고, 하늘과 바다, 지하까지 감시했죠. 단 한 기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요.”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럼 처음부터 가르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실험했나요?”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했어요. 그리고 그게 첫 번째 실험이었죠.”

홀로그램에 아무것도 없는 섬 위에 휴머노이드들이 나타났다. 집도, 학교도, 규칙도 없었다.

“완전한 방치 상태였어요. 그 어떤 개념도 주입하지 않았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영상이 이어졌다.

“결과는… 과학자들조차 놀랄 정도였어요. 휴머노이드는 오스트랄레피테쿠스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보다 훨씬 빠르게 사고 능력을 확장했어요.”

한 학생이 중얼거렸다.

“인류 진화보다 빠르네…”

“맞아요.”

한나가 말했다.

“인간은 수만 년에 걸쳐 진화했지만, 휴머노이드는 백여 년간 축적된 인공지능 연구를 바탕으로 그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었죠.”

잠시 침묵.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 실험을 거기서 끝냈어요.

모든 휴머노이드를 초기화했죠.”

홀로그램이 번쩍이며 초기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두 번째 실험을 시작합니다.”

이번엔 섬 위에 마을이 생겨났다. 집, 도로, 학교, 병원, 가짜 상점들. 인간의 마을과 거의 똑같았다.

“새로운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고,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초등, 중등, 고등 과정까지.”

한 학생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교육 기간도 오래 걸렸나요?”

“아니요.”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딱 육 개월.”

교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십칠 년 동안 배우는 내용을, 약 3퍼센트의 시간 안에 전부 소화했어요. 그것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로요.”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배울 수는 없어요?”

“현수야, 네 머리를 생각해!”

다른 학생의 말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의자에서 미끄러지는 소리까지 났다.

“자, 자.”

한나가 웃음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교육에는 인간 교육과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어요.”

학생들의 시선이 동시에 모였다.

“뭔지 아는 사람?”

잠깐의 정적 뒤, 누군가 외쳤다.

“섹스요?”

교실이 뒤집혔다. 책상을 치며 웃는 소리, 비명 같은 웃음.

마침 복도를 지나던 교장이 창문 너머로 교실을 들여다보았다.

“교장쌤이다!”

순식간에 교실은 조용해졌다. 한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아니에요.”

그리고 차분하게 덧붙였다.

“휴머노이드 교육에는 종교 개념이 없었어요.”

학생들은 “아—” 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역사를 보면, 종교는 언제나 갈등의 씨앗이었어요. 전쟁도, 분쟁도요. 과학자들은 그 씨앗을 처음부터 심지 않기로 했죠.”

한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궁금했어요. 종교가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처음엔 모든 게 완벽해 보였어요.”

한나가 말을 이었다.

“질서가 있었고, 협력도 잘 이루어졌죠.”

그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휴머노이드들 사이에서 다툼이 잦아지기 시작했어요. 아주 사소한 이유로요.”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를 슬쩍 바라보는 시선이 오갔다.

“여러분도 친구랑 싸우죠?

그러다 친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원수가 되기도 하잖아요.”

“선생님! 어제 현수랑 하은이 사랑싸움했대요!”

교실이 또 한 번 웃음으로 뒤집혔다.

“자, 조용.”

한나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웃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싸움이… 나중엔 단순한 다툼이 아니게 됩니다.”

학생들이 숨을 죽였다.

“그 이야기를 잠시 후에 할게요.”


홀로그램 속 마을 위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깔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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