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뻥 뚫렸다는 그 말, 이해해요.

by 이솔지

여배우가 말한다. 반짝이는 카메라 속에서

그녀 자신이 아닌,

배역의

입으로.


“있잖아요, 난 이 세상이 감옥 같아요. 내게는 나를 둘러싼 이 현실이 족쇄인걸요.

다들 말하죠, 묻죠. 뭐가 부족하냐고. 뭐가 문제냐고.

글쎄요…

글쎄요?

음,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별다른 부족함 없이 살아 왔고

부족함 없이 많은 것을 누리며

지금도 살고 있거든요.


그렇죠, 감사해요. 매일, 감사하고 있어요.

감사하다고 거의 매일 일기에도 적고 있어요.


그런데도 제 가슴에는 구멍이 있어요.

주먹이 걸림 없이 휑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구멍.


그렇죠.

바보 같고 배부른 소리죠.

알아요.


그러니 내가 배역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꺼낼 수나 있겠어요?

이 배역을 빌어 하는 말이지.“


어디까지가 대사인지 아닌지

관객인 나는 알 수 없다.


배우는 씁쓸하게 웃는다.


‘당신을 이해해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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