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꼬노미야끼가 먹고파

by 이솔지

청설모의 흔적을 뒤지디가

잡동사니를 엎었다

상자가 넘어지니

모두 튀어나오네

래된 양말

그 안에 살던 거미

무섭지 않다는 말

동굴이 파괴된 거미는

또 어디에 가서 집을 지을지

꼬노미야끼 모양의 키링

먹고싶소

맛있어서는 아니고

맛이 기억이 안 나서


흐를 모방한 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인화한 엽서

나왔다

어느 화가는

자기 붓을 바위에 내려쳤다고 하는데

고장난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고정될 수 없는 화판에 그리느라

그림은 자꾸 뒤로 밀리고

핑글핑글 돌아서

물감이 제멋대로 찍혔다고 한다

화가 난 화가가 마침내 화실을 나올 때

사람들은 그림을 향해 박수를 쳤지만

화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떠나 버렸고

오두막에는 진한 그림만 남았다

갈매기들은 이따금 와서

모이 대신 그림을 쪼다 갔고

파도의 끝에는 바다의 체온이 있었다

몸이 가벼워지면 짜지는 소금

바람이 식으면 새파래지는 새들

숨는 법을 배우면 평온해지는 화가

화가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을 때

그의 세상은 이미 꼬리를 자르고 떠났고

주방에선

꼬노미야끼가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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