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시간에 초대한 이는 누구일까
하얀 버섯이 자라는 컴컴한 나무토막 같은 일요일을
자꾸 뒤돌아보게 돼
연꽃이 핀 얼굴에는 진실 외에 무엇이 있을까
속을 내놓지 않아서 허튼 얼굴들에게
조각난 진실로 빚어 구워낸 가면을 선물하고 싶어
실수로 뭉친 눈덩이는
자꾸 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다시 뭉쳐지고
부딪히고 나서도 미처 떨어지지 않은 눈꽃들이
냉기를 뿜어내고 있어
약속과 강요와
반절짜리의 웃음이
정말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테고
미래가 그리울 때가 있어
어쩌면 지금을 지우는 대신
미래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니스 냄새가 가득한 방에서
노란 삼월이
유자 맛의 기억을 먹은 듯 자라나
창문을 꼭꼭 닫고
민망함이 하루 정도 떨어진다고
새로 태어난 새처럼
껍질 사이로 머리를 들 수는 없지
색인에는 새김이 필요해
옥편은 소포로 부쳐야 해
사전이 텅텅 비어가면
거기엔 그림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눕기 시작해
드라마가 시작되듯 도돌이표 긋는 바람
모래 위에 남는 물결 무늬
가라앉는 수표
수정테이프를 끼고 돌아가는 영사기
영사기엔 누가 자고 있을까
이제 조금
깨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지옥을 시간에 초대한 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