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by 이솔지

발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걸어가요

사라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썩은 대걸레처럼

머리카락을 쏟으며

종려나무에 실을 매어 두고

걸어가요


목에 걸린 실은 길고 길어서

조금 거슬릴 뿐

딱히 지금 여자를 아프게 하진 않아요

죄는 줄도 모르고 옥죄는 시간 속에서

허름한 손가락 마디마디를

새파랗게 접고만 있네요


옹알이만 남은 여자에게

발 없이 걷느냐고 묻는 말들이 있어요

여자의 발은 잠겨 있을 뿐이에요


잠긴 문을 열어 주면 여자도

걸음을 멈추고 잠시 누워서

쉴 수 있을지도 모르죠


손가락질이 멈추지 않는

물의 도시에서

물 위를 걷는 신발이 있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 두고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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