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물빛 머금고 반짝이는 돌다리를 뛰어 오는데
아무리 뛰어도 다리 끝에
사슴의 발이 닿지 않는다
돌다리가 계속 길어지고 있는 것인지
사슴의 배는 희디희고 아 그러니까 배만
그 배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갈색 똥일지
삶의 쓰디쓴 입맛일지
점점이 떠오르는 시간의 약속들
배가 아픈지 쓰러져 꿈틀거리는 사슴
돌다리는 계속 자라나고
사슴의 배도 자란다
하늘과 땅에는 온통 버드나무 가지가 가득
늘어진 잎사귀들
약속하지 않은 행운을 바라지만
밤에는 희망이 사금파리로 부서지고
까만 눈은 무겁게 깜빡인다
무게 없는 시작들도 무거울 수 있을까
짧은 꼬리만 달고 있어도 무거운
몸뚱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