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지만 거역할 수 없는 글쓰기의 여정

[책리뷰]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 한겨레출판

by 솔솔부는 책바람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나는 왜 쓰는가 p.300


책을 읽고 그 내용과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글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잘 쓰인 글을 읽을 때마다 부러움과 함께 내 부족한 글 솜씨에 주눅이 들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 수준은 점점 높아졌지만 글쓰기 실력은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눈높이가 높아진 덕분에 내 글이 더욱 부족해 보이기만 했다.




아무리 지겨워한다 해도 서평자는 책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사람이며, 매년 수천 권씩 쏟아지는 책 중에 쉰 권이나 백 권쯤에 대해서는 기꺼이 서평을 쓰고 싶어 한다.


나는 왜 쓰는가 p.286


처음에는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남기는 일이 즐거웠다.

그러나 점차 더 많은 글을 써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책을 깊이 읽지 못했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작은 보석들을 놓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독서의 즐거움은 점점 사라지고 글을 쓰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의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독후감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독서의 재미를 앗아갔다.

남들보다 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지면서 글쓰기가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한동안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다시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읽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졌고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속에서 오히려 다시 쓰고 싶어졌다.







나는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은 후세를 위해 보존해 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나는 왜 쓰는가 p.292~294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 에서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나누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쉽지 않은 '글쓰기 작업'을 다시 시작했을까?

조지 오웰의 글쓰기 동기 중 '미학적 열정'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책을 깊이 들여다보며 나만의 시선으로 이해한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글을 쓰면서 생각의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단순히 읽고 생각했을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들이 글로 정리되면서 더욱 깊어지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했다.




내가 이런 배경을 일일이 하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p.292


글을 쓰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글쓰기는 나에게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창이 되었다.



바로 그 이유로,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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