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독서 / 서민 / 을유 문화사

by 솔솔부는 책바람

책은 다른 책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서민 독서 p.373


지난 주말에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바로 '새온독' 정기모임이 있었다.

'새온독'은 '새벽 온라인 독서모임'의 줄임말로 벌써 햇수로 6년째 이어지고 있다.

나 역시 이 모임에 함께한 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듯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함께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일이 무척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새온독'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정모를 준비하는 데에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온라인에서 매일같이 목소리로만 만나던 선배님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었지만 무엇보다 올해 새롭게 '새온독'에 들어오신 세 분의 선배님들을 직접 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되었다.

그래도 독서모임인데 특별한 질문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누군가는 '새온독'에서 읽었던 책을 떠올렸고 또 누군가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만든 명상서적을 소개해 주었다.

책의 제목도 그에 담긴 사연도 각기 달랐지만 그 책들이 각자의 삶에 남긴 흔적은 고스란히 우리 마음에 전해졌다.



책을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 삶'을 이야기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쳤을 문장 하나에도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는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새온독'은 단순한 독서모임을 넘어 삶을 함께 읽고 나누는 공동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책에서 다른 책을 만나 읽고 싶어지는 일은 그 뒤로 여러 번 있었다.

최근엔 필립 로스의 『울분』을 읽다가 버트런드 러셀이 궁금해져서 러셀의 책을 찾아 읽었다.

『울분』에서 주인공 소년 마커스는 학생과장에게 반항하며 러셀의 이름을 내뱉는 거다.

(···) 그렇게 만난 러셀은 정말 엄청나게 멋졌다.


서민 독서 p.374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알아가듯 책도 한 권에서 다른 한 권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 '새온독'이라는 모임을 알게 된 것도 첫째 아이 친구 엄마를 통해서였다.

낯설고 망설이던 마음은 선배님들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조금씩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었다.

책도 우리도 그렇게 얽히고설키며 연결되고 그 안에서 삶은 조금씩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남들이 하는 대로 어디 어디를 봐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가 보고 싶어 져서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만의 여행이 된다.

거기 얽힌 스토리를 안다면 비잔티움 제국 제2의 수도였던 미스트라가 폐허라고 실망할 일도 없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신의 말씀을 전했던 델포이를 보고 "이게 뭐야! 이따위 거 보려고 몇 시간을 온 거야?"라고 탄식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 위대한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며 감격에 겨워하지 않겠는가?

(중략)

이 소중한 기회를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모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책을 읽자.

그러다 보면 가고 싶은 곳이 생길 테니까.


서민 독서 p.322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어쩌면 나는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문장을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다.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감정의 실체를 문장 속에서 발견할 때, 막연했던 생각이 누군가의 문장으로 또렷해질 때 마음속 어지러운 무언가가 정리되는 듯하다.



특히 책 속의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책을 소개해 주고 그 책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과정이 좋다.

그렇게 내가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서민 독서』였다.





기사는 일회성이지만 책은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책은 기사보다 훨씬 더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있기에 이 사회를, 나아가서는 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서민 독서 p.61


『서민 독서』는 기생충 전문가로 알려진 서민 교수가 자신이 읽은 책들과 그 책들을 통해 바라본 세상에 대한 생각의 기록이다.

이미 그의 또 다른 저서인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안고 펼쳤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서민 교수의 글은 위트 있고 유쾌하면서도 무엇보다 책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그의 독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책이 단지 지식의 도구를 넘어 삶을 이해하는 창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어.”

노르웨이의 숲



서민 교수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된 계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노르웨이의 숲』속 대화 때문이었다는 대목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위대한 개츠비』를 집어 들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문장에 끌려 같은 책을 펼쳤다는 사실이 어쩐지 묘하게 반갑고 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힘이 다시금 느껴졌다.





1977년, 문혁이 끝났다.

독초라고 불렸던 금서들이 다시 출판되기 시작했다.

마을 작은 서점에서 책을 다시 팔게 된 날, 사람들은 그 전날부터 서점에 달려가 줄을 섰다.

"날이 밝기 전 서점 문밖에는 이미 2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위화 역시 전 재산을 들고 그 줄에 섰다.

하지만 서점에 있는 책은 한정돼 있었기에 50등 안에 든 사람에게만 책을 팔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쉰 번째 바로 다음에 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특히 51번째 섰던 사람은 그 뒤 며칠 동안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카드놀이를 한 판만 덜 했어도 쉰한 번째 자리에 서는 일은 없었을 텐데."

비록 50등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위화의 독서는 서점에 줄을 서던 그 아침에 시작됐다고 한다.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 준 다음,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그리고 지금 위화는 개탄한다.

책을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 지금, 중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민 독서 p.337~339


『서민 독서』를 읽으며 나는 작가 '위화'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위화'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허삼관 매혈기』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특히 '위화'가 문화대혁명 시절의 경험을 담아낸 일화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던 시대.

책을 읽기 위해 그렇게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지금 이 풍요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더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지금.

책 한 권을 구하기 위한 그들의 절실함을 떠올리며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벽마다 따스한


기를 느낄 수 있는


서 나눔 시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문장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읽고 서로의 마음을 건네며 함께 성장해 간다.

이번 '새온독' 정기모임 때 한 선배님이 '새온독'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 주셨다.

"새벽마다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독서 나눔의 시간"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남는다.



책과 사람의 온기가 만나 만들어 내는 이 아름다운 연결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이야기가 조용히 그러나 깊게 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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