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 문학동네
어릴 때 내가 상상한 미래는 지구 멸망이나 대지진,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제3차 세계대전 같은 끔찍한 것 아니며 우주여행과 자기 부상열차, 인공지능 등의 낙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1999년에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34~35
둘째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첫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마음이 조금 더 느긋하다.
첫째를 키우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것은 부모가 아무리 조바심을 내도 아이는 자기 속도대로 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돌아보면 첫째와는 자주 부딪혔다.
자아가 단단한 아이였고 그만큼 충돌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얻는것도 있었고 놓아버려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첫째가 만들어낸 '전리품' 위에서 둘째는 좀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둘째가 수능을 세 달 남긴 시점에서 "수시 납치를 당할까 봐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순간 마음이 뒤흔들렸지만 아이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마 첫째였다면 어림없는 이야기었을텐데 나는 그때와 다른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대학 입시는 인생에서 중요한 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방향을 제시하고 응원하는 일뿐, 아이의 길을 대신 걸을 수 없다.
수능이 끝난 뒤, 어떤 결과를 맞더라도 그동안의 아이의 노력과 마음을 먼저 인정하고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그건 지민 씨의 엄마가 소설에 쓴 말이에요.
소설 속 연인은 두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시간이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시간이 없으니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어요. 오직 이 순간의 현재만 존재하죠.
그럼에도 인간은 지나온 시간에만 의미를 두고 과거에서 현재의 원인을 찾습니다.
시간이 20세기에서 21세기로 흐르든, 19세기로 흐르든 마찬가지예요.
안타까운 건 이런 멋진 소설을 쓰고서도 지민 씨의 엄마가 이십 년 뒤의 지민씨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에요.
가장 괴로운 순간에 대학생이 된 딸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선택은 달라졌을 겁니다.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지금 미래를 기억해.
엄마를 불행에 빠뜨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용서하길 바랍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229~30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표제작 속 인물 지민은 절망 속에서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통해 다시 삶을 선택한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의 비극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아이의 수능과 선택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다.
그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나는 지금 부모로서 어떤 마음으로 서 있어야 할지를 배워가고 있다.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미래를 믿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