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오후 세 시쯤
창밖은 아직 밝은데
사람들은 돌아갈 생각을 안 한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청각의 경계를 자주 놓친다.
그만큼 흐트러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
체온은 손을 떠난 채 식고
마음은 방금 전 무게를 기억한다.
부르다 만 이름 하나가
공기 속에서 멈춰 서고
웃음보다 설명이 귓가에 맴돈다
기다림은 전화기 옆에 놓여 있을 뿐이다.
시간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가면
울리지 않는 쪽으로 기댄다
해가 기울면
사위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팔을 얹고 앉아 있다가
주변을 잊는다.
혼자는 늘 늦게 알아채고,
충만했던 것들은 한 번에 빠져나간다.
달은 설명 없이 떠 있고
이야기는 안쪽에 머물다 나간다.
내면은 비었지만 전부는 아니다.
내 끝나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아직도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