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하는 상처

by 이설

누군가 우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부풀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풍선 같은 밤을 떠올리면서도 이미 새어 나가는 바람을 듣고 있었다.


어린 날 병실 침대 옆 희고 얇은 손이 고무를 불어냈고 투명한 막 너머 입술은 조금씩 말라갔다. 나는 풍선을 쥐고 있었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숨을 잠시 빌려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세게 쥐어도 터질 것 같았고 놓치면 아무 일도 없던 듯 사라질 것 같았다.


시간은 흘렀다. 이미 여러 번 금이 간 기억은 얇은 막이 되었다. 나는 조심히 숨 죽이며 그 위를 매일 걷는다.


기억은 언제나 조금 늦게 떠돌다 돌아온다.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그때의 내가 아니다.


오늘도 가속하는 세계 속에서 숨을 고른다. 내 안에 작은 별 하나. 너무 오래 켜두어 빛이 아니라 상처에 가깝다.


우주는 여전히 가속 팽창 중이고 나는 여전히 그 밤의 고무풍선을 쥐고 있다. 놓지 않으려는 순간 고요한 파열음이 내 안에서 먼저 번진다. 나의 우주는 아직 터지지 않았는데도 이미 식었다.


나는 비어 가는 것을 붙잡은 채 잠시 걸음을 멈춘다. 풍선은 남아 있고 숨도 남아 있다. 상처만 빨라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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