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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 초보 Jul 15. 2022

<나이브스 아웃> 리뷰

밝혀지는 것은 범인이 아니라 상류층과 미국의 위선

미스터리라는 장르보다 미국 사회를 보는 블랙코미디. 이 작품이 반전이나 추리 자체는 뛰어나지 않다. 범인은 대략 유추가 가능하고 마지막 반전도 치밀하지 않다. 범인을 찾는 추리적 요소를 즐기고 싶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또한 화려한 캐스팅이지만 많은 많은 캐릭터와 배우들 특히 트럼비가의 사람들이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진 것은 분명 아쉬움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소위 말하는 애거사 크리스티 식의 클래식한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거대한 대저택, 유산을 둘러싼 다툼, 그리고 그 속에 개입된 간병인과 가정부, 미지 의뢰인에게 의뢰 받은 탐정 등 고전 추리 소설의 요소들을 잘 활용하다. 고풍스러운 집안의 풍경,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노파까지 등장하며 고전적 소재들을 활용한다. 단순히 사용만 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애정과 매력을 잘 알고 사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픽션에 대한 픽션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많은 영화감독들은 픽션을 만드는 사람으로 픽션이 어떻게 그려지는가에 대해서 직업적으로 관심이 크다. 영화는 추리소설가의 죽음 그리고 그가 만든 유산 상속을 위한 소설이 개입된다. 특히 마르타를 차를 타고 가면서 블랑이 도넛에 관래 읊조리는 장면, 무지개에 대해 말하는 장면 등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살려냈다. 하나의 추리소섥하 같은 느낌을 영화는 살리고자 한다. 범인의 입장에서도 스토리를 짜고 자신을 대신하는 범죄자를 만드는 과정이 있다. 모든 범죄를 다루는 작품들, 트릭이 있는 작품들이 그렇지만 트릭이라는 스토리와 범죄자라는 주인공, 관객의 역할을 하는 탐정이 움직이며 이야기가 구성된다. 이 작품도 그러한 범죄자, 즉 창작자의 스토리가 움직이는 다를 것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추리물이 된다. 이 영화가 특별하고 가장 잘하는 것은 블랙코미디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상류층 가정의 위선에 대해서 구토를 보낸다. 거짓이 아닌 진실 속에서 존재하는 주인공에게 위선은 없다. 그에 비해서 상류층은 빈자를 위하는 척하는 가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가족 같다고 말하지만 가족 같을 뿐 간병인 내지는 하인 취급만 하는 위선이다. 가족들의 자본은 모두 위선이다. 자수성가라고 하지만 아버지에게 백만 달러 받아서 사업을 시작한 첫째딸이 과연 자수성가인가. 미국의 성공신화, 자수성가 신화도 결국은 위선일 뿐이다. 불법 체류자를 보는 미국인의 시선도 담는다. 한 쪽에서는 불법 체류자를 쫓아내자 한 쪽에서는 받아드리자 그 모습이 이 영화 속에 모두 있다. 하지만 좌든 우든 위선이고 진정으로 남미에서 온 체류자를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좌와 우가 모든 있는 부유한 자들은 좌든 우든 위선으로 둘러싸였다. 우리 가문이 저택이다 말하지만 사실은 80년대 파키스탄 부자에게 산 저택과 같다. 원래 미국인의 것도 아니고 역사도 없는데 자신들의 아메리카라고 떠드는 미국인을 공격한다. 마치 오랜 역사를 자랑할 것 같은 이 가문이 이 저택을 소유한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것 같은 미국은 아메리카를 소유한지 얼마 안 되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메리카라고 미국을 지킨다고 말하며 불법체류자가 미국에 와서 자리 잡는 것을 막는 게 얼마나 미련한지 욕한다.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캐스팅도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가장 미국적인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를 했던 크리스 에반스가 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은 왠지 모르게 풍자적이다. 영국인 배우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브루노 블랑이라는 프랑스식 이름을 가지고, 남부 미국 영어를 따라하는 것도 그냥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하나씩 뜯어어보면 미국, 그리고 상류층의 민낯을 뜯고 있다. 이 영화가 가장 특별해지는 부분은 추리를 통해 범인을 벗겨내는 과정이라 사건을 통해 위선을 벗겨내는 과정이다. 칼과 장난감도 구분 못할 미련함으로 둘러싸인 그 위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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