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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팀장 Oct 30. 2021

나의 동앗줄, 지하철 손잡이

한의사는 나에게 기어다니라고 했다. 네발 짐승처럼.



며칠 전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여느 때보다 나는 빨리 걸었다.

4호선 당고개행 1-4의 문이 열리고, 왼쪽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가 겨우 한자리 남아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틈에서 나도 함께 묻혀 1시간 반의 출근길을 시작.


요즘 지하철 손잡이는 나에게 점점 중요해진다.

20년의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대중교통을 이용한 나는 허리가, 디스크가 남아나질 않았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래 서 있으면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서 지하철의 손잡이는 나에게 하루를 버티는 시작이다.

출근길에 아주 가끔 지하철 자리가 나서 앉을 때는 운수 대통한 날이다. 아~ 4호선...


날이 추워져서 일까? 지난겨울과 초봄까지 열심히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해서 그런지 여름은 허리 통증 없이 잘 버텼다. 

그런데, 찬 바람이 불자 허리가 아프고 싶어 주변 근육을 긴장시킨다.

병원에서 X ray를 찍은 결과는 4번 5번 디스크의 두께가 매우 얇아졌다는 것. 이 정도면 다리가 저리고 디스크 증세가 심할 거라고 하는데, 다행히 다리가 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운이 좋단다.

날이 추워서 근육이 더 긴장해서 허리 통증이 다시 시작된 거 같다.

겨울이 걱정된다.


출퇴근길

나는 함께 그 길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저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나보다 허리가 더 안 좋은 사람도 있을 테고, 나보다 더 멀리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래 누군가보다는 나는 편한 거고 행복한 거다 라고 생각해야 나도 맘이 편해진다.

강한 긍정이라기보다 강제적인 긍정이다.


그래도 여러 해를 허리 통증 속에서도 출퇴근을 버티며 해 온 노하우를 나누어 본다.

첫째, 나는 허리 통증의 기미가 느껴지면 걸을 수 있을 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공원을 걷는다.

걸으면 허리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편안해진다. 공원 중간에 있는 허리 스트레칭이 가능한 철봉이나 운동기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둘째, 배가 많이 부르면 허리 통증도 심하다. 그래서 허리가 아플 때가 되면 소식을 한다. 그리고 화장실도 가능한 자주 간다. 

셋째, 수시로 찜질을 한다.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돌린 찜질팩을 허리에 대고 이불속에 눕는다. 혈액순환도 잘되고 통증도 가라앉는 느낌이다. 심지어 차 운전할 때도 운전석 열선을 최대로 켜놓는다. 

넷째,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무조건 손잡이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손잡이를 꼭 잡아서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심지어 택시 탈 때도 창문 위쪽에 달린 길쭉한 손잡이를 잡고 간다.

다섯째, 한의사 분이 알려 준 건데 집에서는 기어 다니는 게 허리에 좋다고 해서 가끔 기어 다닌다. 기어 다니는 자세로 폰으로 드라마를 볼 때도 있다. 그러면 허리가 시원하다. 원래 척추동물은 4발로 걸어야 한다고 한다.


출퇴근하는 시간이 행복의 시간은 못되더라도, 고통의 시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퇴근시간마저도 두렵던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허리가 아플까 봐.

이제는 이런 것도 노하우라고, 버틸 재간이 생겼으니 이제는 퇴근하고 돌아갈 집에서의 휴식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 월급쟁이들의 꿈이 경제적 자유, 로또 1등 당첨, 여유로운 조기 은퇴 등 이 출퇴근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우리에게 그 꿈은 언감생심이지 않은가.

지금의 시간들에서 행복을 만드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겠다.


커. 피. 한. 잔. 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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