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래커편 1 : Trello 등의 칸반보드 툴을 처음 도입하신다고요?
재택근무의 대세와 함께 다들 디지털 유목민 생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에 팀의 리더와 관리자도 '팀이 어떻게 업무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중에서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지나가면서 한 번씩 물어보거나 간단하게라도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반해, 온라인에서는 커뮤니케이션에 다소 제약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항상 화상회의 툴을 켜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검색해보면 참 많은 일하는 방식이 있고, 그중에서도 트렐로(Trello)와 같은 '칸반보드'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당장 팀에 적용하기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하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체 바로 재택근무를 트렐로로 관리하면 "이걸 왜 쓰는 걸까"하면서 실패하기 쉽습니다.
이 글은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팀이 트렐로 등 칸반보드를 이슈트래커로 활용할 때 고민해야 할 것들을 담았습니다. 길을 잘 닦아야 자동차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듯, 트렐로 등의 칸반보드도 처음에 잘 도입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내용은 2개의 글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 글은 "업무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두 번째 글은 "사용 규칙"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팀마다 하는 일이 정말 다릅니다. 이 글에서 모든 '업'을 유형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꼭 칸반보드를 활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괜히 사용하는 사람만 거추장스럽다고 느낍니다. 대표적으로 몇 개의 체크리스트로 충분한 경우가 해당됩니다. 해야 할 일이 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크게 의미 없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팀 내에 소통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일이 생길 때까지 대기하는 반복적인 업무 등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구글Keep 또는 구글문서를 통해 할 일 리스트와 특이사항 보고리스트만 만들어도 충분합니다.
다음의 상황이라면 칸반보드에 대한 고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각 업무가 단계별로 진행되며 하나의 업무에 대해 여러 명이 확인해야 하는 경우, 업무가 어느 정도는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만(하나의 일에 대체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여러 가지 이유로 업무가 중간에 누락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 상황에서는 칸반보드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왕 트렐로를 도입하는 겸 업무프로세스도 변경해볼까?"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가뜩이나 재택근무가 낯설 텐데, 업무 프로세스까지 바꾸면 혼란만 더 발생합니다. 칸반보드를 도입할 때는 간단한 형태 또는 기존에 익숙한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혁신은 "온라인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체크한다."로 충분합니다.
각 단계가 표시하는 상단의 행을 "To Do - In Progress - Done"의 3단계로 짧게 구성할 수 있으나, 이는 너무 짧아서 오히려 어색한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정리 컨설팅을 진행할 때는 아래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잡고 팀과 조직의 특성에 따라 세부 단계를 나누거나 단어의 뉘앙스를 바꾸는 편입니다.
시작 전 → 진행 예정 → 진행 중 → 완료 / 중지 → 보관
단계별 간단한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작 전 (Not Started / idea 등): 팀에서 해야 할 전체 업무리스트를 배치합니다.
진행 예정 (Queue / To-Do 등): 지금의 할 일을 끝내면 그다음에 할 일들을 배치합니다. 이전 리스트에서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이 리스트에 당겨오는 것입니다.
진행 중 (In Progress, Doing, Develope 등): 현재 작업 중인 업무를 이 리스트에 배치합니다. 한 업무에에 대해 여러 사람이 시간 순서로 담당한다면 세부 단계를 나누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완료 (Completed, Done 등): 완료된 작업을 이 리스트에 배치합니다. 주로 관리자 또는 리더의 최종 확인이 필요한 단계에 해당합니다.
중지 (Hold, Abandoned 등): 여러 이유로 중단 또는 보류된 업무를 배치합니다. 이 역시 관리자 또는 리더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관 (Closed, Archived 등): 관리자 또는 리더의 최종 확인이 끝난 업무를 배치합니다. 각 업무가 적힌 카드를 삭제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서류첩에 모아서 보관하는 의미로 보면 좋습니다.
물론 업무량과 업무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입 초기에 이를 신경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구성원 모두 툴에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합니다. 괜히 필요 이상으로 업무 진행사항을 간섭하면 오히려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야 지나가는 말로 물어볼 수도 있고, 상대방의 기분을 조금은 눈치챌 수 있지만 온라인협업에서는 어렵습니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인지해야 합니다. 트렐로 도입 초기에 관리자와 리더는 트렐로를 업무의 흐름을 관찰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구성원에게 칸반보드의 취지를 잘 설명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칸반보드가 "현재 업무상황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마치 "일일 업무보고"를 쓰는 것과 UI만 다를 뿐, 같은 것으로 인식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업무 진행사항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진 않더라도, 피드백 회의는 진행해야 합니다. 피드백 회의에서 다룰 것은 칸반보드 도입 그 자체에 대한 것도 있지만 현재 업무프로세스와 칸반보드의 구조&구성 등을 다뤄야 합니다. 회의가 정기적일 필요는 없지만 관리자나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로 팀원 간 업무량 차이가 너무 심하다던지, 하나의 업무가 끝날 때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던지, 칸반보드 사용에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던지 등, 원인은 다양할 것입니다. 어쩌면 칸반보드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olutions/5
규칙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글만 읽고 바로 트렐로나 칸반보드를 도입하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