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경을 한다는 것,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야.
여성으로 태어난 덕분
여성으로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매달 찾아오는 덕분에 나 역시 약 2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월경 용품을 사용했다. 또래보다 초경이 그렇게 빨리 찾아온 편은 아니라서 충격과 공포 없이 잘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매달 찾아오는 이 손님을 스트레스받으며 부정하기보다는 좀 더 편하게, 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다양한 월경 용품들을 사용하게 되었었다.
구글에서 우연히 "20대 최애 아이템 #24.생리용품"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공교롭게도 네 가지의 월경 용품을 모두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용해 본 월경 용품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회용 생리 패드,
아무래도 제일 오랫동안 사용했던 생리용품은 역시나 일회용 생리대일 것이다. 내 월경 인생의 거의 절반을 일회용 생리대와 함께 보낸 것 같다. 가장 구하기 쉽고 사용하기도 제일 쉽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제일 처음 사용했던 월경 용품이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하지만 생리양이 많은 날에는 피에 젖은 묵직한 패드의 느낌과 함께 자칫 잘못해서 샐까 봐, 혹시라도 오래된 생리혈의 냄새가 날까 봐 등등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흔히 여성들이 말하는 굴 낳는 느낌도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느낄 수 있고,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운 열기와 습기와 더불어 생리대의 습함으로 발생하는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찝찝함이 싫어서 여름철에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생리대를 교체했기 때문에 생리대를 들고 다니는 파우치 역시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만만치 않은 가격과 부피는 수많은 단점 중 하나일 뿐...
무엇보다도 저녁에 잠을 자면서도 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 달 중 생리를 하는 약 일주일간은 편히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정말 운이 없으면 오버나이트 생리대임에도 불구하고 잠버릇 등으로 다음날 아침에 침대 시트와 잠옷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월경혈을 볼 수밖에 없다. 오버나이트 생리대의 무지막지한 사이즈도 부담스러웠고, 착용감도 그다지 편하지 않아서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다.
다만 일회용 팬티라이너는 탐폰 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가끔씩은 사용하고 있다.
면 생리대,
솔직히 20대들이 면 생리대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지런하다는 것. 내가 처음 면 생리대를 쓰기 시작한 때가 2011년 무렵이었다. 그때부터 4년 정도 사용하다가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면 생리대를 처음 사용한 이유는 생리통 때문이었다. 우연히 면 생리대가 생리통을 완화시켜준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당시에도 면 생리대는 그렇게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이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의심반? 의 심정으로 오버나이트 3장, 중형 6장, 팬티라이너 3장을 구입했었는데, 4년이라는 세월을 잘 버텨주었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달라진 점은 정말 생리통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 그리고 여름에 그렇게 불쾌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의외지만 여름에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보다 면 생리대가 더 쾌적했다. 그리고 뛰어난 흡수력 덕분에 오버나이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면 생리대가 일반 일회용 생리대보다 생리혈 냄새가 심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냄새나는 쪽은 일회용 생리대였다.
이런저런 장점 덕분에 세탁의 귀찮음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는데, 오래 사용하다 보니 나타나는 문제점도 분명히 있었다. 의외로 세탁은 그렇게 큰 단점이 아니었다. 커다란 통에 찬물을 가득 부어놓고 사용한 생리대를 담가놓았다가 세탁하면 되었고, 가끔 삶아주면 보송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저녁에 샤워할 때 조금만 수고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밖에서 생리대를 교체할 때 사용한 생리대와 사용하지 않은 생리대를 따로 보관해야 했기 때문에 파우치가 두 개가 되었고, 일회용 생리대의 3배가 넘는 부피도 면 생리대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는데 불편함을 주었었다. 그리고 면 생리대는 팬티에 생리대를 붙이는 형태가 아닌 대부분 똑딱이로 되어있기 때문에 생리대가 움직인다는 정말 큰 단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가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을 때는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반영구적이라고 해도 면이다 보니 계속 삶고 세탁하고 하다 보니 흡수력도 떨어지고 낡기 시작해서 처음 사용할 때만큼의 만족감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딱 3년 정도가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 가장 좋은 기간인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던 생리대를 처분하고 더 이상 면생리대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탐폰,
처음 사용했을 땐 정말 혁신적이었다! 십 대 시절 수영장인가 어딘가를 가는 날 공교롭게 월경을 시작했고, 급하게 구매했던 게 탐폰이었다. 아무래도 삽입형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삽입형이기 때문에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일반 생리대랑 병행해서 사용했었는데 그 이유는 삽입감과 착용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였다. 나중에 여러 브랜드에서 나온 탐폰을 써보니 국내 브랜드에서 만든 탐폰이 너무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어플리케이터를 만들어서 그런 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솜이 너무 단단해서 흡수를 제대로 못해서 착용감이 좋지 않은 거였다. 그리고 콤팩트 타입이 아니라 길게 나오는 사이즈도 조금 불만이긴 했다.
탐폰은 일본에 거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한국보다 사이즈가 조금은 다양했고 일본의 생리대는 패드에 날개가 없는 형태도 많았기 때문에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 좀 불안했었다. 그래서 탐폰에 익숙해져 보기로 마음먹었었다.
삽입형 생리대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탐폰을 빼낼 때 쓰는 실을 비위생적으로 생각하는데, 어렸을 땐 멋도 모르고 수영장에 갈 때는 탐폰을 착용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잘못하면 실을 따라 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탐폰을 착용한 채 소변을 보게 되면 실이 축축해져서 굉장히 기분 나쁘다. 또한 양이 많은 날은 실을 타고 생리혈이 샐 수도 있기 때문에 팬티라이너를 같이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탐폰도 일반 생리대처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독성 쇼크 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탐폰 사용자가 적은 이유가 뉴스에서 가끔 보이는 탐폰으로 인한 독성 쇼크 증후군에 대한 기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서구권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한국인들보다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긴 하다. 삽입형 생리대이기 때문에 사용 전 손을 미리 씻는 센스라던지 최소 4시간에 한 번씩이라도 교체해준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기왕이면 조심하는 게 최고라 탐폰을 사용할 때는 절대 자기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단점은 월경 끝물에 사용할 때이다. 탐폰은 생리혈을 체내에서 흡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월경혈의 양이 많을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월경이 거의 끝날 때쯤에는 아무래도 질 분비물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탐폰을 삽입하고 제거할 때 마찰로 인해 살짝 아픈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탐폰은 일반 생리대와 병행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패드형 생리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 때문에 현재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생리컵 또는 월경컵,
내가 가장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월경 용품이다. 프랑스에 오고나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8개월 정도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월경 용품을 통틀어 가장 편하지만 단점 역시 확실하다.
생리컵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조금은 웃기다. 주로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일반 생리대는 잠을 잘 때만 사용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에 도착하고 나서도 탐폰과 일반 생리대를 같이 썼는데, 프랑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격리가 시작되어버렸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갑자기 생리통이 엄청 심해졌었다.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었는데 생리통까지 생겼고 게다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월경혈이 샌 걸 발견하고는 그 즉시 슈퍼에서 생리컵을 구매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원래는 슈퍼에 탐폰을 사러 갔다가 생리컵을 봤었는데, 뭔가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아서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래도 호기심이 생겨서 집에 돌아와서 이런저런 후기를 찾아봤더니 의외로 괜찮은 후기가 많아서 충동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예전에 면 생리대를 구입하려고 할 때 면 생리대와 함께 대체 생리대 중 하나로 소개되어있었는데 그땐 키퍼라는 생리컵이 제일 유명했었던 것 같다. 근데 색도 그렇고 형태도 그렇고 일단 접어서 삽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와서 기억 속에서 아예 생리컵의 존재를 지워버렸었는데 이렇게 돌고 돌아 프랑스에서 구입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 슈퍼에서 생리컵을 구입하고 생리컵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많은 디자인과 사이즈의 생리컵이 있었다.
생리컵을 구입하기 전에는 직접 질에 손가락을 넣어서 길이를 확인한 뒤 생리컵을 구입해야 자신에게 맞는 생리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생리기간에 쓰는 만큼 생리 시작 직전에 확인을 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뭔가 이런 정보들이 생리컵을 처음 사용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입해서 몇 번 사용도 못해보고 버리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괜히 거부감이 드는 것보다는 일단 도전해보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 내가 구입한 생리컵은 나에게 잘 맞는 사이즈와 디자인이었다. 지금은 같은 브랜드의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생리컵도 월경이 거의 끝날 무렵까지 사용하고 있다. 처음 사용했던 달과 두 번째 달 까지는 삽입하고 빼는데 조금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제일 작은 사이즈가 더 착용하는 게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 이렇게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해보니 꼭 사이즈가 작다고 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이즈가 작은 게 삽입할 때 훨씬 불편했다. 큰 사이즈는 끝까지 삽입할 때까지 컵이 펴지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작은 사 이즌 작은 만큼 삽입하다가 중간에 컵이 펴지는 불상사... 가 발생하기도 하고 큰 컵에 비해서 빼낼 때 좀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서 빼낼 때 불편하기도 하다.(이건 생리가 끝나감으로써 자궁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생리컵의 장점은 절대 새지 않는다. (물론 생리혈이 많아서 컵의 수용량을 넘어선다면 새겠지만..) 그리고 탐폰과는 달리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액체를 흡수하지 않아서 수영장을 가거나 바다를 가거나 아마도 목욕탕을 가도 괜찮을 것 같다. 여름휴가 때 생리컵을 착용하고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겼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탐폰보다는 좀 더 안전하게 저녁에 잘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생리컵도 체내 삽입형이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월경혈을 몸 안에 지니고 있으면 탐폰과 마찬가지로 독성 쇼크 증후군이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자기 직전에 생리컵을 착용하고 일어나자마자 비워주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 양이 많은 첫날이나 둘째 날이라도 정말 월경을 한다는 걱정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더불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엄청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례하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과 야외에서 혹시라도 착용 시간을 넘겨서 컵을 비워줘야 할 때는 조금 많이 불편하기는 하다. 항상 물병이나 물티슈를 들고 다녀야 하고 한국처럼 공중화장실이 깨끗하거나 휴지가 항상 있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유럽처럼 공중화장실이 그야말로 공중화장실이라면 아무래도 생리컵을 비우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심지어 우리 집은 건식 화장실이라 월경 기간에는 화장실에 물병을 항상 두어서 생리컵을 비운 뒤 씻는 데 사용하고 있다. 화장실 가기 전에는 꼭 손을 씻는 것은 필수!
그리고 처음 사용 시 접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제대로 삽입되지 않으면 생리컵도 이물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생리컵을 비울 때 생리혈을 봐야 하기 때문에 피에 거부감이 있다면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월경 용품 중에 가장 만족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월경 용품이 존재하는데 왜 나는 학교에서 성교육시간에 기껏해야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에 대해서만 배웠던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패드형 생리대와 삽입형 생리대의 종류가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만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닌데 말이다. 그랬다면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월경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매달 자신이 흘리는 월경혈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 조금은 충격이었다. 물론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매달 찾아오는 이 손님을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월경 기간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생리통은 예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