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지 고작 2주, 정신 차려보니 우간다다. 남들은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다는 나눔 정신, 신앙적 간증으로 비행기를 탄다던데 그저 개발협력 판에서 조금 더 일해보고 싶었던 나는 현장 경험 쌓으러 왔다. 글자로만 보던 중간보고서가, 날아가는 흐릿한 글씨의 영수증이 대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찾고 싶고. 다른 베테랑 현지 직원들의 사업 관리, 모니터링 활동 모습도 어깨너머로 배우면 좋고 말이다.
에티오피아 항공 탑승으로 아디스아바바 공항 환승. 2시간 더 타고 엔테베 국제 공항에 내렸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이 없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아직 이 나라에 대해 놀랄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인터넷 빠른 걸로는 한국만 한 곳이 없으니 한국보다 빠른 인터넷을 기대하지도 않았을뿐더러, Double A 만큼 빳빳한 A4 용지가 있는 오피스는 애초에 상상 범위에도 없었다. 대중교통도 위험하겠거니 했고, 쌀에 돌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만 잠깐 잊었다가 첫 현지 식당에서의 식사 때 당황한 기억은 있다.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을까?
우간다로 떠나는 것이 결정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책.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은 내게 너무 거창하고,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말의 근처만 가도 소원이 없겠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힘들 때마다 '초심'을 기억하라고 조언해줬는데 나의 초심은 이토록 속물적인 것이라 가끔 말하기 부끄럽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우간다는 처음이라. 내가 이곳에서 체류하는 비용을 기부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1년이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있는 그대로 한 번 부딪혀 볼 것이다. 내 안의 Racism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아직까진 OK.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믿음이 앞으로의 1년을 배신하지 않길 바란다. 혹시 또 모른다. '처음'의 강렬함으로 우간다를 제법 좋아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