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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Oct 17. 2019

새로운 '우리 동네' 만들기

백 나일강의 근원지, 진자(Jinja)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모두 한 지역에서 보냈다. 옆 동네에서 옆동네로 이사 가는 수준이었을 뿐, 대학교 때도 통학을 했으니 그 지역을 벗어나서 생활한 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타지에 나와 살려니 막막함이 앞섰다. 더군다나 한인마트 없는 우간다라니.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한인마트 유무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은 후였다!)


그래도 출발 전, Supervisior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살 곳은 제법 번화한 곳이라고 하여 조금은 안심됐다. 도시의 빌딩 숲을 사랑하며 살아온 나지만 그래도 자주 갈만한 카페, 즐길만한 문화시설 몇 개 정도 있다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도를 축소하고 축소하다보면 수도 캄팔라(Kampala) 다음으로 보이는 도시, 진자(Jinja). 구글 지도에 이곳저곳 표시한 곳들이 주 행동반경 되시겠다.


In early August 1972, the President of Uganda, Idi Amin, ordered the expulsion of his country's South Asian minority, giving them 90 days to leave the country. At the time of the expulsion, there were approximately 80,000 individuals of South Asian descent in Uganda, of whom 23,000 had their applications for citizenship both processed and accepted.
(출처- 위키디피아. 원치는 않지만...)


진자Jinja는 예전부터 외국인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특히 인도인들로 대표되는 남아시아계인들이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자리 잡고 살았는데, 급작스러운 추방명령이 내려져 빠져나갔다가 90년대에 들어서야 하나 둘 다시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도 진자 타운 내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인도인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사업 진행 때문에 알아본 결과) 큰 금액의 카드결제는 받지 않고 있다. 현지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윗 세대의 경험 때문에 큰 금액일수록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무슨 일이 다시 생기면 금방 또 나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동네 슈퍼마켓과 우체국. 어딜가나 비슷하게 생겨서 묘한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곳들이다.


'Source of the Nile'이라는 명성에 맞게 나일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수상스포츠가 발달해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관광지로 참 많이 방문한다. 수도 캄팔라Kampala에 사는 외국인들은 주말을 보내러 방문하기도 하는 편이다.


또한 거주 비율 자체가 높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한 식당과 카페들이 제법 있으며, 모임hangout도 자주 열린다.


외국인Muzungu들이 많이 이용하는 댄스 스튜디오와 식료품점. 고기는 이곳에서만 사먹으라는 '명'을 받았다.


맞다. 동아프리카 최대의 음악 축제인 녜게녜게 페스티벌Nyegye Nyege Festival도 여기, 진자Jinja에서 열린다. 내가 한국에서 이곳에 도착한 첫날, 축제 1일 차로 어딜 가도 외국인Muzungu 천지라 '아무리 외국인이 많댔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했다. 몇 주 살아보니 그때는 축제기간이라 정말로 넘쳐났던 것이고, 평소에는 적절한 비율(?)로 어울려 살아간다.


임시 거주로 여기저기 살다가 집 계약을 하고 이사한 지 이제 갓 일주일이 되었다.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 둘 사기 시작했고, 장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자주 가는 카페가 생길 것 같고, 야채가 얼만지 달걀이 하나에 얼만지 궁금해졌다. 하나 둘 흔적을 남겨가며 정을 붙이면 이곳도 '우리 동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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