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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Feb 11. 2020

한 해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Reflection workshop 18th-20th Dec., 2019

CY19가 마무리되면서 연간 활동Activity을 되돌아보는 Reflection workshop을 가졌다. 나야 중간부터 끼게 되었기 때문에 '이 사업은 1년이 이렇게 구성되어있구나' 익히는 학습의 자리에 가까웠다. 이 자리에서 나온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2차 연도를 새롭게 구성한다고 했으니, 결코 놀고먹는 자리만은 아녔던 것 같다.

무코노Mukono의 제법 좋은 리조트에서 진행됐다.

앞에서도 말했듯 사업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정도의 짬은 아닌지라. 워크숍 기간 동안 현지 직원들과 여러 협업 활동(이자 게임)을 함께하며 몇 가지 들었던 생각이 있어서 여기에 기록해놓는다.


1. 무의식적으로 그린 그림

첫째 날은 사업에 대해 정말 Reflection 하는 자리였다면, 둘째 날은 Staff day로 친목을 다지는 게임들이 주로 진행됐다. 한 조당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이 그림을 본 뒤 두 번째 그룹에게 말로 설명하고 // 그 뒤에 두 번째 그룹이 세 번째 그룹에게 설명하면 // 세 번째 그룹은 들은 것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게임이었다. 나는 세 번째 그룹에 들어가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었다.


설명은 친절했다. 아이가 한 명 있고, 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고, 그 배경은 어떻고... 그림 그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역할을 맡았으니 열심히 그렸다.

Simba는 우리 그룹 이름이었다. 구호는 A - hoo! 허허허.

다행히 내 그림은 첫 번째 그룹에서 전달한 내용과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은 부분이 없진 않다. 우선 아이의 헤어 스타일이 'Korean's nice hair'라고 했다. 구두 설명을 통해 떠올린 'Child'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그려온, 직모를 가진 '한국인 아이'뿐이니 내 생각이 이렇게 좁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또한 아이의 표정도 많은 피드백을 받은 부분이다. 나는 'Cooking'하고 있다는 말에 당연히 웃는 표정을 그렸는데 아이는 절대 밝은 표정이 아녔다. 오히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에서 볼 법한 사진이므로 무표정한 표정을 그리는 게 맞았다.


2. 같이 조형물 만들기

이번에도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각 그룹마다 '버스'의 부분 부분을 만들어서 하나의 버스를 완성하는 작업이었다. 재료가 준비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자연에서 얻어야 했으므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지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논의는 무척 더뎠다. 아니, 논의가 진행되긴 했는데 실행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자 한국인 Supervisor의 '빨리빨리' 정신이 나오기 시작했다. 날도 덥고, 이런 것에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는 Supervisor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뼈대를 세우고 버스를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결국 한국인이 손대서 '타요'가 되어버린 버스. 바퀴도 바퀴답게, 버스 내부에 좌석도 설치.

뼈대를 세우고 큰 틀을 잡는 것 까지는 모두가 참여하여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뼈대를 한번 더 테이프로 감아서 튼튼하게 만든다던지, 버스를 버스답게 꾸미는 작업에는 현지 직원들의 작업이 한국인 Supervisor의 성에 차지 않아 보였다. 이럴 땐 믿고 맡기는 방법과 직접 다 작업을 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이 중 우리 Supervisor는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옆에서 테이프 뜯고, 창문 그림 그리며 보조했다.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Supervisor를 나무라거나 비난할 순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모든 사업에 있어, 현지 직원들의 역량을 증진시켜Empowerment 현지 실정에 맞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은 정해져 있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곳은 한국이다. 이를 생각하며 사실 내가 그냥 도맡아서 처리하려고 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마음을 내려놔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정말 쉽지 않다. 지난 1월에 연례보고를 준비하면서도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속이 부글부글 했는데... 너무 내가 한국인의 시각과 잣대로 모든 상황을 평가하려고 한건 아닐까 조금의 반성이 들었다. 여기에는 여기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바비큐 파티에 영화까지 본 Staff day였으나 다 끝나고 야근한 직원들도 있었다. 오기 전에 어떻게든 끝내자고 했는데 (머리 짚).

어찌 됐든 한 해는 잘 마무리되었고, 외국인 노동자의 특권이기도 한 2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도 잘 다녀왔다. 1차 연도를 마무리하는 연례 보고도 (우선은) 끝났고, 이제 2차 연도의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뭔가 하나가 끝나면 '끝냈다!'는 개운함과 뿌듯함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여차저차 시간이 흘러서 얼떨결에 지나있는 기분이다. 이것 또한 여기의 방식, 분위기라면 적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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