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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an 20. 2021

인터넷이 끊겼다. 그것도 뚝.

90년대생의 독재국가 체험기

우간다 선거 기간이 시작됐다. 출국할 때부터 코로나19보다 더 걱정되었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우간다는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독재국가이다. 현재 대통령인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가 1986년부터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군대와 경찰을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치 이야기는 인터넷이 원활해지면 혼자 공부할 겸 써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냥 선거 전후로 겪은 일들에 대해 기록해 놓고자 한다.


길거리에 즐비한 후보 포스터들과 선거전 마지막 거리 캠페인의 모습. 뒤에 더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위험해보여 핸드폰을 넣었다.



1/8(금)~1/10(일)

-회사에서 대선 관련 휴무를 전체메일로 공지하였다. 다음주 14일 대선 전/후로 현지직원들에게 3일간 특별휴가를 줬고, 한국인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하기로 했다. 화요일 오전 까지만 근무하고 오후부터는 모두 집으로. 

-슈퍼마켓에 가니 현지인들이 사재기를 시작했다. 매번 오던 슈퍼인데, 처음으로 물건 담을 바구니가 없었다. 원래 살던 사람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면 외국인은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도 2주치 정도의 물과 식량을 구비해 놓았다.


1/11(월)

-캄팔라 외곽 엔테베 지역 Wakiso에서 군인이 발사한 실탄에 수명이 부상입고,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대사관 안전 공지가 떴다. 그런데 이런 안전 공지는 재입국한 11월 이후에 계~속 돼서 별 느낌 없었다. 무고한 시민이 죽은 것 일 까봐 안타까웠을 뿐.

-현장 갈 일정이 있었지만 그 일정을 미룬 것 말고는 사무실에서 큰 이슈는 없었다.


1/12(화)

-와이파이/데이터 그 어떤 것으로도 SNS가 모두 막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업데이트 및 댓글 달기가 불가능 해졌다.

-Google play를 통한 어플 다운과 어플 업데이트가 불가능 해졌다.

-오후부터는 카카오톡도 이용이 불가능 해졌다. 와이파이로 연결했을 때만 카카오톡이 가능했고, 다른 SNS는 계속 불가능했다.



-잠시 다른 지역에서 당일치기로 들른 한국 분의 말에 의하면, 도시 사이에 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꽤 먼 거리에서 오셨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업무만 처리하시고 바로 돌아가셨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이동하고 있으니 폭동이 일어나도 금방 잠잠해질 것 같다고 하셨다.


1/13(수)

-원래 대선은 14일 하루였으나, 갑자기 이틀 일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대선으로 인한 임시공휴일이 하루에서 이틀로 늘어났다.

-휴대폰 이동통신사(MTN, Airtel, Africell) 에그를 통한 와이파이가 모두 끊겼다. 인터넷 회사(Smile, ROKE 등) 와이파이만 가능했다.

-그러나 오후 8시 이후로는 모든 종류의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끊겼다. 그래도 데이터로 연결하면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는 이용이 가능했는데 그 마저도 불가능 해졌다.

-마지막 선거 캠페인으로 동네가 시끌시끌했다. 


1/14(목)

-대선 1일차. 비가 많이 와 전기까지 끊겼다. 지부 직원들끼리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사실 이곳에서 정전은 드문 일은 아니나, 아무것도 안되는 시점에 전화도 못쓰게 될 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오후시간이 되자 전기는 복구되었다.


1/15(금)

-대선 2일차. BBC를 통해서 무세베니가 앞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터넷은 감감 무소식.


그리고 그렇게 인터넷은 주말 내내 아무 변화가 없었고, 토요일 오후가 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무세베니의 당선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물론 보비와인측은 이 선거는 부정선거이며,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으므로 인터넷이 복구되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보비와인은 가택연금을 당했다.


1/18(월)

-정오 쯤 되자 인터넷이 '일부' 복구되었다. 데이터로는 여전히 SNS가 이용 불가능했고, 인터넷 회사 와이파이로는 가까스로 카카오톡 이용이 가능했다.

- 20일 현재까지 인터넷은 위와 같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미국이 보비와인을 밀어준다는 소문이 가득하다보니 쉽게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진 않다. 워킹데이에 이정도 복구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출처: 뉴스위크. 항상 재밌게 보던 뉴스레터인데, 여기에 우간다 소식이 실릴 줄이야!


한국에 있는 친구가 선거철이 왜 위험하냐고 물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다음 대선때 우간다에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이 또한 더 없을 경험으로 생각해야겠다. 아니 생각해야겠는데, 너무 불편하다. 스스로 핸드폰을 끄고 낭만적인 휴가에 들어간게 아니라 갑자기 뚝- 끊겼고, 그래서 업무도 갑자기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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