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없는 사업도, 사업없는 모금도 없다

그럼에도 서로 싫어하는거 이 단체도 저 단체도 '국룰'

by Sol

아주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2024년은 내게 '공사다망'한 해였다. 개인적인 새로운 도전과 시작도 있었지만 한 조직에서의 승진과 퇴사, 다른 곳으로의 입사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으레 그렇듯 돌이켜보면 모두 신의 뜻이었던 것 같고 더할나위없는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순간의 생각 중 오랫동안 고민이 드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그 중 하나가 '모금단체안에서 사업부서와 모금부서'와의 첨예한 갈등이다. (사실 갈등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지만..)


사업부서는 모금부서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업부서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하루가 정신없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굴려야 하고, 성과와 스토리는 또 그 나름대로 챙겨야 한다. 뭔가 하나 정리되려 하면 또 다른 일이 끼어들고, 그 사이 모금부서에서는 “이거 언제쯤 성과 나오냐”고 묻는다. 순간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스친다. 그런 순간이 반복되면, 내심 서운함이 쌓인다. 시차도 있는데 이렇게 결과물을 재촉할거면 비행기타고 가면되지 않냐는 생각도 든다. 나도 가고 싶지만 그또한 비용이로다.


반대로, 모금팀 쪽도 할 말은 충분하다. 말랑말랑한 문구로 기부자 마음을 열려면 명확한 숫자와 스토리가 필요한데, 정작 사업팀은 “그건 현장 상황이 바뀌어서요”라며 애매하게 답한다. 그런 말은 보고서에 쓰기도 애매하고, 기획안에서는 허전하게만 보인다. 결국 성과 없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모금이 안 되면 그 부담은 또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간다. 서로 기대는 많고 이해는 좀 부족하다. 사실, 바빠 죽겠는 건 다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업 간사들에게 “모금팀은 어때요?”라고 가볍게 얘기하다보면, 열이면 열 다 손사래를 친다. “저는 현장 체질이라...” 혹은 “사람 만나는 거 자체가 좀 버거워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누군가는 “그건 좀 영업 같잖아요”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그 마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기부를 설득하는 일은 단순히 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때로는 사람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애써야 하니 그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끊임없이 설명하고, 감정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니까.


모금은 보기보다 훨씬 ‘사람 일’이다. 무언가를 꾸며내는 게 아니라, 실제를 전달하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정제된 말로 성과를 ‘팔아야’ 하는 일. 감정과 데이터를 동시에 설득의 도구로 써야 하는 일. 그건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럴 때 가끔 회의 시간에 터지는 말 한마디가 긴장감을 더 만든다. “현장은 돈 없이 안 굴러갑니다.”라거나 “그런 자료로는 모금이 안 돼요” 같은 말.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말투나 분위기 때문에 서로 더 날이 선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무게가 다르니 같은 언어를 써도 다른 의미로 들리기도 한다. 이럴때는 내가 앞장서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아랫연차여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이게 꼭 싸워야 할 일인가? 어차피 같은 배 탄 건데. 결국 돈이 있어야 사업도 돌아가고, 사업이 잘 돌아가야 기부자도 다시 지갑을 연다. 모금은 단지 돈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단체의 얼굴이자 신뢰를 쌓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신뢰는 결국 사업의 실제 내용에서 나온다.


KakaoTalk_20250422_213731069.jpg 후원자들은 오면 이런 장면 하나, 풍경 하나에도 감동을 받는다. 물론 이 줄을 세우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건 맞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을 잘 아는 사람이 모금도 잘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현장의 뉘앙스, 그 미묘한 공기까지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가 사람 마음을 움직이니까. 누군가는 기획서로, 또 누군가는 말 몇 마디로 같은 감동을 주는 걸 보면, 결국 이 일도 ‘사람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들어가고, 진심이 담겨야 비로소 전달이 된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마찰도 있었고 속상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덕에 조직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때로는 불편해도, 그래야 단체가 건강하게 굴러간다. 그날 회의실에서 어긋났던 대화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같은 걸 바랐다는 걸 알게 된다. 다만 표현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덧: 나는 NGO에 다니며 모금부서 선후배들과 얘기하는게 재밌었다. 그분들이 아니면 하나하나 정말 다양한 후원자들의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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