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15... 불현듯 찾아오는 앎

by 소망

불현듯,

어떤 현장에서, 어떤 내적 동기가 생기면 글을 씁니다. 내적 동기는 생각입니다.

내 눈을 통해 들어오는 피사체들이 동기가 되어 상념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친구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다리 골절 환자로 5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외식을 위해 외출을 합니다. 5개월이 되자 몸에 중심이 잡히고 다리에 힘이 차오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라 합니다.


오늘은 보호자 없이 혼자 외출을 한 첫날입니다. 혼자 현관을 나섰고, 친구가 아파트 입구에서 나를 픽업했지요. 식사를 마치고 나를 배려한 친구가 차를 빼러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식당 앞 도로가에 앉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깥세상이었습니다. 좌우, 상하로 고개를 돌리며 둘러보았습니다.


도로가로 빽빽한 상가들, 그 앞으로 키 작은 은행나무들이 노란 잎을, 가끔은 떨구고 가끔은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하늘도 맑고 온화한 날씨였습니다.


그 순간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공중을 채우는 공기, 내 옆을 메우는 바람, 날리는 몇몇 노란 잎들이 꽤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포장도로 위,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철제 등으로 이루어진 꽉 찬 건물들 사이로 '앎'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평소 전혀 느끼지 못했던 인공물에서조차 깨달아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모든 것들이 내게 가르침을 주는 듯했습니다.


'뭘 알려줄 건데?'

묻기도 전에 어느 것 하나 내게 스승 아닌 것이 없는 듯 내 마음속엔 이미 꽉 찬 희열이 느껴졌어요. 날리는 은행잎만 봐도, 딱딱한 콘크리트만 봐도 배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르칠 소스를 품고 있는 듯요.


'세상은 깨달아 알아야 할 것들로 가득 찼구나! 내가 안다는 건 진짜 적은 것이고, 알아야 할 건 너무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흘렀습니다.


'아, 천천히 알아가도 될까? 적어도 사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남은 생의 시간이 짧다는 아쉬움보다 오히려 내가 아는 게 적은 무지렁이란 사실이 기뻤고, 세상 살맛 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세상 많은 것으로부터 더 배우고 싶고 깨달아 알고 싶다.'


그리고 '앎을 쌓아가며 더 오래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시 나는 지적 욕구가 많은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세상이 더 환해 보였습니다. 기분이 파란 하늘만큼 쾌청하고 잔잔한 기쁨이 얼굴로 피어올랐습니다.


그런 사이, 친구의 차가 우측 깜빡이를 깜빡거리며 다가와 버렸습니다. 일어서며 다리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오래도록 느껴보지 못한 방콕 환자여서였을까요? 세상이 반짝였고, 그 반짝임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네요. 내일부터는 매일 나가 앉아서 하늘이 드리워진 세상을 감상하며 배움 거리를 찾아봐야겠어요.




돌아와 다시 방콕이 시작된 지금,

작은 창으로 보이는 깜깜함에서도 우리는 하루의 변천사를 기록하죠. 배움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고,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발견하죠.


세상은 늘 그 안에 중첩으로 모든 것을 품고 있어서 우리가 잘 살피고 뒤적이면 무수히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마치 잘게 쪼개놓은 도형 안에서 큰 도형과 작은 도형 등 숨겨진 여러 가지 도형을 찾아내는 게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