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우리의 의식은 가끔 망망대해를 떠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끔은 망망대해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낯선 곳
어떤 도움도 없을 것 같은 외로운 곳
苦와 樂이 교차되어 두려움과 기쁨이 공존하는 곳
주변에서 눈을 거두어 하늘을 응시하면 주변의 것은 모두 사라지고 하늘 속 망망대해에 떠 있곤 한다.
도심 속에 있어도
홀로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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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섬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 어딘가에 홀로섬 하나를 만들고 산다.
홀로섬은 내가 원하는 파라다이스일 수 있고, 거친 사막에 솟은 오아시스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망망대해에 떠있는 한 점 같은 섬일 수 있다.
의식 속 외로움일 수 있고,
소음 속에서 찾는 고요일 수 있다.
지친 후 긴장을 풀 수 있는 쉼터일 수 있다.
격정 끝에 떨어진 오리알처럼 무안함일 수 있고,
사회로부터 느닷없이 격리된 침대의 일상이 될 수도 있다.ㅡ나는 골절 사고 후 침대의 일상이라는 홀로섬에 살고 있다.ㅡ
삶의 현장에서 가끔 한 번씩 발견하고 놀라는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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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페르난두 페소아는 70여 개의 이명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각기 다른 이명으로 자신을 표현한 그는 자신의 인격과 정체성의 결여에서였을까?
나는 이해할 것 같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다른 인격체를 지니고 산다. 이름뿐인 것을 다른 이름으로 살든 특별할 것 없지 않을까.
나만해도 본명이 있고 필명이 있지 않은가.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나도 때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 異명이 대신해 줄 뿐이다.
나 같지 않은 모습의 나.
반전의 모습.
누군가 나를 알던 사람이 나인 것을 알아보지도, 짐작하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인격의 가면을 쓰고 나를 감추는 일로 말이다.
이 세상은 연극 무대이고. 내가 주인공이니 공연되는 작품마다 변신은 무죄이지 않을까?
주인공인 우리에게는 숨겨진 페르소나가 있다.
어느 날 우연씨는 우연한 사고로 홀로섬에 떨어졌다.
그 섬은 Pacific Ocean이란 망망대해의 한 점 같이 솟은 작은 섬이었다.
중앙으로 울창한 숲이 있고 둘러서는 모래밭도 펼쳐진 꽤 괜찮은 섬이다. 파란 물색과 하늘색이 맞닿은 아름다운 색채와 끼룩끼룩 울어대는 물새가 있고, 가끔은 대해 속으로 이동하던 카시오페이아를 닮은 거북이도 쉬다 가는 곳이었다. 심심치 않은 섬, 어쩌다 한 번쯤은 우연씨가 상상해 보던 그런 섬이었다. '어쩌다 이런 행운이?...'
풍랑이 치고 두려움에 사로 잡혔던 사고 당일엔 그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오~ 하나님! 살려주소서.'
우연씨는 꽤나 살만한 섬에서 구조될 때까지 살 길을 모색했다.
'오~ 살다 보니, 살만 하네.'
우연씨는 본래 알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내면에 또 다른 모습이 있었음을 알았다.
'구조되어 세상에 나가면 다른 인간으로 살아볼까?'
흥미로울 것 같았다.
우연씨는 그날을 꿈꾸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매일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가면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