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아(吾丧我), 나를 잃어버리다
남곽자기는 어느 날 자기를 잃어버리고ㅡ지금 말로 멍 때리고 앉음ㅡ 모든 걸 비운 내면에서 들리는 하늘의 퉁소 소리와 땅의 피리 소리를 들었다. (장자 내편 2. 제물론 중)
자아를 상실하여 마른 장작 같은 모습의 그를 가끔 연상해 보았다.
사고 후, 파란 물감을 푼듯한 맑은 하늘에서 새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넓게 본 적이 없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정제된 듯한 깨끗한 하늘, 더욱 흰 빛을 발하는 구름.
재활 걷기를 위해 용기를 내어 냉랭한 기운을 감수하고 현관을 나섰다. 역시 공기의 적당한 냉기와 흐름이 내가 원하는 하늘과 구름의 궁합을 이루고 있었다.
1000보 걷기가 고작인데, 그 사이 만난 구름이 어찌나 이쁜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마치 오랜만에 나온 나를 마중 나온 친구처럼 반갑고, 내가 그리 좋아하는 구름으로 벌써 그림을 그리고 계신 님을 만난 듯 기뻐 혼자 킥킥 웃었다.
걷고 있는 도로와 주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라 하늘만 볼 수 없다. 흐르는 구름을 보기 위해 화단 경계석에 앉았다. 그리고 흐르는 구름에 마음과 시선을 걸쳤다.
텅 빈 내면에서 울리는 지진 소리나 퉁소소리는 아니나 남곽자기가 잃어버린 자아가 지금 여기에도 있지 않은가!
구름은 연신 소리 없는 강물처럼 흐른다. 릴레이 하는 구름 선수들이 파랑바통을 전달하듯 자리를 비우며 흘러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진짜 끝내주는 명언 아닌가!
관념도 지금, 쉬운 실체로 드러내고, 또는 긴 세월을 통해 알아낸 지혜임을 자랑하듯 하며 주름진 얼굴에 지혜를 더한다.
이 또한 지나간다?
그뿐이랴~
저 또한 지나가며
그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초도, 분도, 시도 지나고
하루도, 한 달도, 일 년도, 십 년도 지나고
일생의 삶도 지나간다. 지금의 구름처럼.
모든 형상이 변하듯
보이지 않는 무상도, 관념마저 변해 가는 걸.
그리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흔적의 새 살이 그 자리에서 모르는 남처럼 소생하지.
저 구름은 세상만사를 대변하지만,
자아도 실어 나르고 변하게 하고 사라지게 한다.
그 꼬리에 새것이라는 희망을 남기며...
지금의 흔적...
두고 보고파 경계석에 앉아 찍어 보았다.
겨우 2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