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22... 이 세상의 신비

by 소망

하나... 하늘의 신비

하루 해가 저물어가면,

낮동안 파랗던 하늘 귀퉁이가

붉다고 해야 할지, 보랏빛이라 해야 할지, 분홍빛이라 해야 할지 주홍빛이라 해야 할지 모를 '노을'진 하늘로 변해갑니다.


유난히 파랬던 하늘은 지는 해를 졸라 막바지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말로는 형언치 못할 만큼 다채로운 파스텔화를 선물 받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를 넘어 오묘한 색을 한 끗 오차나 오류 없이 매끈하게 펼쳐놓는 하늘은 장엄 그 자체이나 위로가 담긴 메시지 같습니다.


위로는 넓고 공활한 파랑과

아래로는 형형색색 어우러진 파스텔화의 조화입니다.

익어가는 살구빛이 너무나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익어가는 복숭아빛에 단물이 뚝뚝 떨어질 듯도 합니다.



지금 아파트 창밖으로 보는 하늘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하늘이 만들어내는 이 장면이 바로 신비라 생각합니다. 누가 말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알 수 없는 미스터리요.


욥기에 있는 창조주의 말씀이랍니다.

"욥아, 나는 내가 지은 이 세계에 가득 찬 창조의 신비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로 너를 지었다."


우리의 현재가 모두 신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누리자며 신비ㅡ인간과 자연 외ㅡ를 창조하신 창조주께 감사할 타이밍입니다!


과학적으로 빛의 산란으로 하늘색이 변한다 해도 이성으로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신비가 아닐까 합니다.


저 하늘처럼 사람도, 감각도 신비니 까요.



어느 화가가 이런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둘... 다수의 개체와 '나' 세상의 신비


'사진 속 모래알은 몇 개일까나...?'


거실 귀퉁이에 놓인 화분에서 연명하고 있는 나무는 내가 살아온 해보다 많은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가을 보았던 은행나무의 잎도 내 산 날보다 많은 잎을 가졌고 떨어진 은행알만 주워도 내 산 해보다 많습니다.


동네 산의 나무만 봐도, 산책길에 눈에 띄는 작은 벌레들만 해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는 이 땅 위에 80억 이상의 우리들이 살고 있습니다.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보다 더 많은 나무들이 있고 돌들이 있고 동물들이 있고 꽃들이 있고, 열매들이 있고요. 모래알은요? 별들을요?


세상에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우리보다 많은 개체가 많습니다.


그 수많은 개체와 개체의 씨들로 지어진 이 세상이 '나'라는 하나의 빛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우리는 지구에 떠있는 별입니다. '나'라는 별이 태어나면서 세상도 태어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라는 빛 하나에서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끔 사람은 유아독존의 존재가 되기도 하나 봅니다. 제 스스로 홀로 있음을 일찍 깨달아 실천하는 사람이라 할까요?

속으로 혼자 그리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오로지 혼자 존재하는 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독존의 아'가 한 두 명이 아니라 80억 이상이나 된다는 게 문제이죠. '나'가 '우리'가 되면서 동등과 평등의 문제에 봉착하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나'의 탄생과 동시에 또 한 우주와 이 세상이 만들어지니까요. 이쯤이면 내 머리는 생각하기를 주춤합니다. 80억 개의 세상과 우주라니...


나 혼자였다면 이 세상 전부가 내 것이었겠지만, 수많은 나와 함께 탄생한 수많은 세상이란 개체가 뒤섞여있어요. 그래도 희한하게 같은 모습으로 질서 정연하니 다행입니다. 어쩌면 서로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중첩되고 나열되어 질서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나'를 있게 하신 분은 어떤 분일까요?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어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아닐까요?


세상도 나로 인해 존재하지만 내 세상이 없어진다 해도 이 세상이 없어지지는 않죠. 80억 중 한 명의 세상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나와 함께 태어난 하늘, 산, 숲의 나무, 들의 꽃, 바다의 물, 흐르는 강과 돌, 구름, 바람, 공기 등등 자연은 모두 내 것입니다. 얼마든지 보고 누릴 수 있는 내 것이요.


여기서 잠깐 삼천포로...

보고 싶은 것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보고 싶다니 몇 번이고 보러 와준다고 대략이지만 몇 번의 구두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가버리는 친구가 이제는 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보고 싶던 마음의 자리엔 작은 서운함이 남더군요. 난 방콕환자라도 타인의 삶이라 뭐라 할 수 없으니 내 맘 따로, 친구 맘 따로인 거로 인정해야지요.


이미 10년 전 흔들리는 사람 마음에 의존하지 말겠다고 다짐하고도 여전히 흔들리고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을 얻지 못해 내 마음에 잔 감정이 마치 썰물에도 남은 강가 모래처럼 남아 있음을 느껴요.


오늘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 들어 보니 내 것이 세상에 널려있더군요. 늘 푼푼한 제자리 하늘이 '난 언제든, 얼마든, 유효한 네 것이야'합니다.


결국 나와 함께 존재하는 내 것들이 넉넉히 있다는 말입니다.


세상의 빛은 나로 시작되고 내게로 모이는 내 것들입니다. 잃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살아가는 동안 누리다가 잘 간직한 채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세상의 내 것에 집중하며 살렵니다.

내가 만들어 누리며 살 수 있는 신비한 세상이 늘 나와 함께 있습니다.


나는 수많은 것들을 있게 한 귀한 존재니 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품위도 지키며 살아야겠죠.


'나' 자체가 신비입니다.

우리의 현실도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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