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유희
사람에게 생각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사람은 물리적 구조를 떠나 보이지 않는 생각과 보이는 움직임으로 삶 전체를 이루는 존재다.
김주환 교수의 내면 소통 지식을 빌자면 행동하는 경험자아와 스토리텔러인 기억자아로 말할 수 있다.
나의 친구 중 몇몇은 내게 생각이 많다고 한다. 맞다. 다른 사람은 한 오브제에 대해 일단의 생각을 하지만 나는 다단의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니 늘 사족이 길어진다.
생각이 많으면 피곤한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하지만 때론 큰 장점이 된다.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되고 해결책이 된다.
"생각이 많으면 너 자신이 힘들지."라며 남들은 걱정하지만 정작 나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힘들지 않다.
영화나 책을 보고 생각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 건조할까. 상상하고 추리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에 내 감정도 이입하면서 폭넓은 사고를 확장시키는 것은 뇌를 개발시키는 유익한 팁이 아닐까.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다. '삶은 단순하다'는 관념적 사고에서 생각은 줄여야 한다고도 하나 '가만히 들여다 보고 오래 보아야 이쁘고 사랑스럽다'는 말은 단순함이 아니다. 깊은 것이다. 깊은 것과 복잡한 것이 다르듯 단순과는 큰 차이가 있다. 보통 뇌피셜이라고 하는 자신의 생각은 자신의 뇌에 기억된 스토리들이다. 단편의 기억들로만 모든 것을 보기에는 위험이 있다. 그것들은 편견일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참고하여 깊은 지혜를 쌓는 일은 다단의 사고가 유용하다.
아마도 많은 생각이 부정적 잡생각이라면 아마 나는 불면의 밤을 지새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잘 잔다.
보통의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잘못되고 부정적인 스토리의 기억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몸의 안전을 위해 두려움 없는 상태ㅡ반대일 수도 있고ㅡ를 원하고 기억 속 부정의 사례를 소환하여 방어하게 한다. 경향이며 적응의 결과라 생각한다. 두려움 없는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마음은 우연인 사건을 기억된 스토리로 필연의 사건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깊은 생각은 내면 소통이기도 하다. 내면의 나와 소통하는 것이다. 묵상이며 명상이다.
묵상과 명상은 무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알아차림이며 끊임없는 나와의 소통이다. 대신 기억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아니다.
배경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움직임의 경험을 통하고 두터운 생각의 기억 속을 지나면 스스로 지혜를 발하고 평화로운 배경의 자아가 있다.
단순해야 달을 보는 것이 아니다.
달의 이면, 본질을 보는 일은 생각을 거쳐야 한다.
강 건너에 있는 집에 다다르려면 강을 건너기 위한 배나 뗏목이 있어야 한다. 우선 건너야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집이 목적이라면 강을 건넌 후 도구인 배나 뗏목은 필요 없게 된다.
깊은 지혜의 배경 자아를 찾는 데는 우선 생각이 있어야 한다.
본질은 단순하나 우리가 본질을 찾는 과정은 복잡하다. 두텁고 단단하다. 그만큼 생각이 깊어야 한다. ㅡ이 모두 나의 생각이다.ㅡ
내게 생각이 없었다면 사고 후 7개월의 시간을 답답하고 무료하게만 보냈을 것이다.
생각이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쓸데 쓰면 매우 요긴한 장치이다.
난 오늘도 생각으로 즐거움을 찾는다...
잠의 유희
... 그리고 잠을 잔다.
베란다 창으로 쪼개진 하늘을 본다.
맑은 날은 희미한 코발트 색이, 흐린 날은 붉고 노란빛이 감도는 회색의 하늘이다.
유리창의 경계선 따라 쪼개진 하늘색의 차이는 모르겠다.
컴컴한 방, 침대에 누워 방보다 밝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온몸에 힘을 빼며 등은 한껏 침대바닥으로 내려놓는다. 하늘에 눈을 두고 모든 생각도 내려놓는다. 떠나는 하루를 배웅하듯이... 너무나 쉬운 배웅이다.
작은 조각의 하늘에서도 하루의 피곤이 풀리고 움직이느라 긴장되었던 근육들이 위안을 받는다.
감각이 예민해짐일까?
주변의 것들이 눈에서 멀어지고 생각이 사라지면 어디선가 꿈틀꿈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있다.
입안 치아 끝에서 옥신대는 잇몸, 간질간질하는 관자놀이, 여직 일하는 듯한 위장, 찌릿찌릿하며 아래 말초를 향하는 자극들...
'그러다 말겠지.'
정말로 그러다가 곧 그들도 잠들어간다.
뇌가 잡고 있던 시신경이 꺼지며 눈꺼풀이 할 일을 잃은 듯 서서히 내려간다. 덩달아 사지는 연체동물처럼 흐물거리고, 몸은 마치 비 오는 날 주인이 버린 짚가마니처럼 축 쳐져 한없이 무거워진다. 침대 밑으로 가라앉을 듯이 온몸에 무겁게 잠이 스민다. 어느 에너지는 공중으로 날아가고 어느 에너지는 침대 아래로 흘러내린다. 발끝 하나까지 이제는 절대 움직이고 싶지 않은 듯 까딱도 않고 시체처럼 움찔함도 없다.
그렇게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