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길로 오르는 진리의 바다
어쩌지~~~~
지난 '상념 24... 꽃과 물 그리고 나무'에서 물과 바다를 예찬했다.
숲이 우거진 산보다 바다가 좋아졌다고 했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휴식을 핑계삼은 도망 같은, 속세를 떠난 침잠의 행위라 생각했었다.
내가 산을 오른 이유는 내놓지 않고, 아니 내놓지 못한 내속의 묵은 것, 숨기고 싶은 것들을 토해내어 숨겨 두기 위해서일 수 있었다. 산은 은밀하게 내 치부를 가려줄 뿐 아니라 오물 같은 내 수치의 행적을 슬쩍 버리고 와도 받아 묻어준다 생각했다. 그리고 난 정화된 기분으로 내려와 새 사람이 된 듯 새 기분으로 일상을 살아온 듯도 하다.
맑은 공기를 맡으며 쉴 수 있다는 산이 좋은 단순한 이유를 빼면 말이다.
그런 내 젊은 날 좋아했던 산과의 의리를 저버리듯 바다를 좋아하게 되었다. '상선약수' 운운하며 물의 도를, 넓은 바다의 자비를 예찬하게 된 것이다.
실로 탁 트인 바다와 거침없는 파도를 보며 자유의 일체감을 느꼈다. 숨길 것이 없으니, 숨길 곳이 필요치 않으니, 이제 탁 트인 바다 앞에 선 나는 한없이 자유롭고 개운했다.
어쩌면 내가 산이 좋다고 고집했던 때에는 진정 나 자신과 산도 알아보지 못하고 꼭꼭 숨어드는 울창한 삼림의 비밀스러움만 생각했었다. 숲을 끼고 있는 산은 비밀스럽고 신비한 것도 맞다.
그런데 지난밤 우연히 산이 좋아 늘 오른다는 이웃의 글을 보다가 님의 사진 속에서 불현듯 또 다른 하나의 바다를 보았다. 하늘이라 부르는 마른 바다.
난 또 무지했다.
땅을 감싼 우주에는 습한 바다와 마른 바다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지혜의 숲을 지나며 산을 오르는 일은 진리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이라는......
나는 수없이 하늘을 보았고, 산을 올랐고 정상에 서서 하늘을 보았었다. 숱하게 보았는데, 지금에야 마른 바다, 진리의 바다를 보았고 알았다. 그도 숱한 내 사진이 아닌 이웃의 사진 속에서 말이다.
어쩌면 人生의 길에서 道에 이르는 길은 바다에 있고 지혜를 찾아 진리의 바다를 찾아 오르는 길은 산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 않을까. 넓고 깊은 곳의 지혜와 높고 맑은 곳의 지혜는 바다와 하늘. 바다는 문으로 들어가 깊은 아래로 찾아가야 하고 하늘은 오르고 올라 그 문을 열어야 하는 곳. 산 또한 바다처럼 지혜의 길이다. 진리의 하늘문으로 통하는 두 개의 길.
그런 생각을 했다.
궁극의 목표점은 저 위에 있으며 지혜의 숲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하늘과 맞닿은 바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 세상 어느 것과도 맞닿아 있는 하늘이야말로 가장 넓은 바다였음을 이제 알았다. 그리고 두 길은 산과 바다라는 길을 통해 진리의 하늘로 통한다는...
이제 나는 진정 진리의 바다를 향해 산을 오를 수 있을 텐데, 이 내 다리는 힘을 잃었고 몸은 쇠약해졌다. 이 나이에 다친 이 다리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쩌나~~~~~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려 오르는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저걸 왜 하고 있을까?'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었는데, 이제 그들을 굳이 대변한다면 말할 수 있는 내 나름의 이유를 찾았다.
하나님은 깊고 넓은 곳과 높이 오르는 은밀한 곳에 지혜를 숨겨 놓으셨다.
분명 깊은 곳과 높은 곳은 하나의 길로 통할 것이다. 진리라는 하나의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