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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국학교에 한국어꽃이 피었어요!

9살 Fort Lee고등학교 한국어반, 한인들의 자긍심

뉴욕시에서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포트리 (Fort Lee) 타운. 새로 들어서고 있는 고층 건물 사이로 한인 마트와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작은 한국'이라 불려 왔다. 2024년 조사에 의하면 포트리타운에 살고 있는 한인 인구는 9,820명으로 집계되어, 포트리 전체 인구의 약 25%를 구성하고 있는 뉴저지 최대 한인 밀집 타운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포트리고등학교 한국어반이 정식으로 개설된 2016년 이후부터 ‘작은 한국’이란 별명은 단순한 수식어를 넘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포트리고등학교 한국어반 개설은 많은 이들의 오랜 노력 끝에 이루어진 성과였다. 미주한국어재단과 당시 Fort Lee 교육위원회에 당선된 3명 한인교육위원들, 그리고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활발한 활동으로 모범을 보여준 포트리 한인 학부모회, 타운 정치인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포트리한인회, 한인 시의원, 지역 사회 인사들이 힘을 합해 심혈을 기울여 학교 당국을 설득하고 강력한 청원을 하였다. 간절한 바람으로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였다. 이 일을 앞장서서 추진하였던 당시 포트리한인회 홍은주 회장은 "이것은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게 될 거예요." 라며 곧바로 포트리중학교 한국어반 개설을 다음 목표로 설정하는 의욕을 보였다.


Fort Lee 학군 한국어반이 들어섰을 때, 이민 1세대의 부모들은 낯선 땅에서 시작했던 힘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자녀들이 다니는 미국학교에서 우리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당당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어요."라며 기뻐하던 한인학부모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감격에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가정에서만 나누던 한국어가 교실 안에서 정규 과목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뿌리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수업을 넘어, 한인 사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이었다.


포트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친구들에게 제가 한국 문화를 직접 소개할 수 있어요. 미국학교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고, 그 자신감은 곧 한인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처럼 보였다.




2016년부터 개설된 한국어반 수업은 올해로 9년 차로 내실 있게 잘 실행되고 있다. 한국어교사 김성미선생님은 한국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 온 베테랑 국어교사 이력을 가지고 이민을 와서, 미주한국어재단 3기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럿거스대학원에서 교사자격취득과정을 마치고 뉴저지교육청 정규교사가 되었다. 김성미선생님의 전문성과 노련함이 돋보이는 한국어 프로그램 교과과정과 레슨플랜으로 구성된 포트리학군 한국어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어 프로그램은 한국어 1부터 한국어 4까지 한국어 숙련도에 따르는 다양한 레벨의 수업과 Honors 수업이 병행하여 행해지고 있어요.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학년별로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한국 문화원으로 필드트립을 가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주제강연을 비롯하여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는 소중한 경험을 합니다. 일 년에 3-4회에 걸쳐 다양한 문화수업을 알차게 구성하여 한국 전통악기, 한국 미술, 한국의 음식은 물론 그리고 한국의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흥미를 유발하는 뜻깊은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어 수업에서는 한국어 화자로서 기본적인 언어를 공부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도 알게 되고 한국어 3과 한국어 4에 가서는 한국의 문학도 조심스럽게 접하면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있게 잘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지요. 올해 40여 명의 학생들이 뉴저지 교육국에서 시행하는 이중언어 자격증(Seal of Biliteracy) 시험을 1월에 보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매해 5월에는 AAPI(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를 기념하고자 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문화를 함께 향유하고 배우는 축제를 준비하여 커뮤니티와 지역주민들도 초대하여 Asian American으로서 각자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신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생을 비롯한 여러 아시안 학생들이 활동하는 클럽으로 Asian Student Alliance 클럽 학생들이 교내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포트리 고등학교는 명실공히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조화롭게 성장하며 내실 있는 학습프로그램을 성실하게 해 나가는 알찬 교육기관임을 자부하며 앞으로도 힘차게 발전해 나갈 것을 확신합니다.”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반영하듯 World language program으로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와 더불어 9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Fort Lee 타운은 과거부터 이민 1세대 한인들이 정착하며 성장해 온 지역으로, 인근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위안부 소녀상 등 한국의 역사와 관련된 기념물도 세워져 있어, 한국 역사교육 현장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한인 사회가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단결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례도 많아,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들을 종합해 보면, Fort Lee 및 버겐 카운티의 한인 사회는 단순한 이민자 커뮤니티를 넘어,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는 버겐카운티 소속 타 학군에도 하루빨리 한국어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우리 한인들의 관심과 후원을 기다린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나도 한국어반 개설위원이다’라며 앞장서 주시기를 꼭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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