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박하고도 Jun 17. 2018

내가 좋아하는 한국

어서와 내가 한국 좋게 얘기하는 글은 처음이지

written by 집순이


간혹 외국인 여행자가 한국 좋니, 한국은 뭐가 좋니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정확히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을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
복잡한 서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고 좁은 길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그 길을 혼자 걸어다닐 때의 고요함과 맘 속에 피어나는 호기심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못 찾겠고, 해가 거의 다 떨어질 때쯤 중랑천에 앉아 빠르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가만히 고요하게 앉아있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엔 김광석의 애잔함이 있고 이소라의 슬픔이 있고 김현석의 꺼끌한 진심이 있고 최백호의 낭만이 있고 조덕배의 화려한 전주가 있다고, 그 모든 게 대부분은 처연한데 이상하게 다 아름답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급사회, 누군가의 속국에 사는 느낌을 종종 받긴 하지만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덩달아 인간되길 포기해버린 사람들 틈에서도 그런 선택 안 하고 버티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말을 전할 분위기는 대체로 아니니까 이 말도 삼킨다.
이말 저말 다 삼키고 나면 결국 "음식이 진짜 맛있어"와 "제주도가 정말 예뻐" 정도밖에 남질 남고 외국인들은 "음.. 그렇구나." 한다. 그리고 대화에 공백이 생긴다.
다른 한국인들은 한국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나라라고 해서 좋은 점을 필사적으로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이소라보다 더 슬프니까.



_

요즘은 외국인에게 한국엔 섬이 많고 산도 많고 볼케이노가 있고 갯벌이 있고 갯벌에서 조개 캐서 요리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 진짜 좋아한다, 너 오면 40첩 반상도 먹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태국 꼬따오 섬. 물 속에서 에어탱크 없이 잠수하며 놀 수 있는 프리다이빙이란 걸 배웠다.

여기에서 우리의 세계 여행 마지막 날을 보냈다. 이제 한국에 간다.

몇 편 못 쓴 브런치였지만 sns에 올리는 것보다 긴 호흡을 내뱉을 수 있어 퍽 만족스러웠고 사람들의 댓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들 중 우리와 제일 교류가 활발했던 한분은 몇 달 전 에콰도르에서 인턴을 시작했다하여 에콰도르 키토에서 조우한 적도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세계 여행이 끝났다 D+0>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브런치를 시작할까 한다. 몇몇 사람들이 세계 여행이 다 끝난 뒤의 여행자는 그 다음엔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재취업문이라는 싱숭생숭함을 견뎌내는지 궁금해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세계 여행 이후 매일 매일 급류를 탈 나의 마인드와 일상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타지에서 잠드는 마지막 밤에 잠이 통 오지 않았다.


_

여행 기록

집순이 인스타 @k.mang

지랄방구 인스타 @changyeonlim

매거진의 이전글 뭘까,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