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으로 크리스마스 사랑해.
예수님 탄생과 12월25일이 별 관련 없다는 걸 알기 전부터 성탄절은 내게 신앙적으로 큰 감흥 없는 날이었다. 세속적으로 기쁘고 아련한 날이지.
나는 일 년에 한 4개월 캐롤 듣는 캐롤 빠순이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나 같은 것 때문에 태어나셨다는 걸 묵상할 수 있는 기쁨,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나는 느끼는 이 관계의 탱탱한 실에 비하면 성탄절이라는 종교적 명절은 좀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어린 아이들이 생일 맞았을 때 옆에서 생일축하노래 불러주는 걸 좋아하는데 그날 그 애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아이도 자기가 태어난 게 행복해서가 아니라 자기 홀로 온전히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가 아닐까. 양가 어른들의 생신이 있는 주에 축하드린다고 같이 밥 먹는 건 그분들과 오랜만에 같이 밥 먹으면서 가족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고, 예수님의 가짜 생일날-그래 결국 나는 이 가짜라는 게 걸리나보다-나는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사실을 부러 더 특별하게 느껴야만 하는가? 그게 그래야 한다고 해서 정말 더 특별하게 느껴지나? 12월24일과 25일과 26일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예수님이 인간으로 태어나셨다는 놀라움과 감사함은 내 일상의 기쁨, 12월25일은 일 년의 마지막 날을 며칠 앞두고 올해도 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고생 많았다는 짠함과 대견함을 느끼는 날.
이날만은 모든 어른들이 귀여워보이는 마법의 날.
그렇게 나는 세속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사랑해 트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