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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유나 Oct 24. 2015

I love having me here

#Day 1_ 늦여름 또는 초가을, 제주 일주일의 시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에 하루 온종일_ 나를 쏟아 붓다가

한가해진 사무실을 벗어나 엘리베이터를 타면서야 정신이 든다.


정답이겠거니 체념하고 살아 왔을 뿐 한 번도 스스로에게는 정답인 적 없었던,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서른 살의 8월이 그렇게 지나간다.



10년 후가, 커리어 패스가, 중요하다고들

나보다 어제를 먼저 버텨온 사람들은 오늘도 나에게 얘기하는데

문득, 너무 쉽게, 너무 당연하게, 남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

남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일단, 벗어나야 했다 지금을.

일 년에 단 한 번 허락된 일주일간의 제주는 또 한 번 찰나와 같이 지나가겠지만,

잠시라도 나를 다독이기 위해 나는 (또다시) 제주에 왔다.


"야근의 나날을 위로해주는 회사 복지_ 사무실 야경"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게 아니라 못 뜨겠는) 아침_


매일 출근시간 30분 전 아침 회의가 생긴 이후로

더군다나 (내가 내 발등 찍는 게 특기 아니고서야...)

그 회의록 작성을 내가 맡겠다고 나선 이후로 

가뜩이나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 달 가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여파로 이른 아침 비행기는 쳐다도 안 보고

10시 비행기로 예약했는데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개운하지 않게 일어나 겨우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서늘한 공기가 상쾌하다, 진심 놀라울 만큼.

'그동안 수 없이 날려먹은 주말 아침 공기가 이렇게 신선한 거였구나'


여유 없게 공항에 도착해서 발권을 하고, 편의점에서 주린 배를 채우다가

탑승 마감 예정이라는 방송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게이트로 향했다.

토요일도 아니고 일요일인데, 제주도 가는 사람이 많다. 되게 되게 많다.




내 옆 자리에 누가 앉을지 모른다는 비행기 로망_ 뭐 그런 거, 당연히 실현될 리 없이,


단체여행을 가시는 듯한 어머님들 사이에 앉아 창밖으로 '쨍하게 파란' 하늘만 하염없이 보다가

약간 지루해질 참인데 도착했다 제주에, 드디어 제주에.


"We love having you here"

"Thank you, I love having me here"


"I love having me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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