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유나 Oct 27. 2017

재벌기업 직장인의 R&R은

어쩌면 모두 그냥 재벌 뒤치다꺼리로 귀결되는건가 싶은 하루

일주일이 너무 짧다가도 하루가 너무 길다. 월급 괜히 받는 게 아닌 직장인의 삶은 지난 1년의 시간보다 오늘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수많은 자료들이 오간다. 결국은 아무것도 아닐 그 수많은 것들로 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오늘 하루가 채워진다. 유독 긴 하루를 보낸 직장인의 허무는 아마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 의미 없는 것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의미를 이룬다고 생각하기엔 내 존재는 너무 작다. 매달 꽂히는 월급에서 의미를 되새기며 버티고 있지만 월급 명세서에 인터넷 뱅킹에 뜨는 그 숫자는 현실감이 없다. 마치 사이버머니 같다. 입금액과 출금액들 모두.



이 안에서 다들 뭐 대단한거 하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이메일-전화-엑셀-피피티-회의-워드의 무한루프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전에 들었던 라디오에서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고등학생 때 했어야할 고민을 대학생이 되어서 하고 대학생 때 했어야할 고민을 직장인이 되어서 한다고. 정확히 언제였는지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아직까지도 그 문장만 머리 속에 박혀있다. 나는 대학생 때 직장인이 되고 싶었는데 (정확하게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이 세상에 그런건 없다고 믿는다 이제) 직장인 라이프 만 7년을 채워가는 지금에서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리고 확신한다. 적어도 지금 이건 아니야. 이거 말고 뭐가 됐든 일단 지금 이건 아니야.


대학생에게는 취업 지옥이 펼쳐지고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공무원인 이 판국에 하고 싶은 일 타령이라니. 이 와중에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나중일은 모르겠고 일단 퇴직. 딱 한 순간만 미치면 저질러 버릴텐데 그 정도로 미치겠지는 않은가보다 아직. 그래서 아마 다음주 월요일이면 또 출근을 하겠지. 지금의 지친 마음은 고이 접어두고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아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겠지. 의미는 월급에서 재미는 퇴근 후 출근 전 (공식적으로는)6 to 9에서 찾으며 또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버텨보겠지. 언제까지 버틸지 나도 내가 궁금하다.


하,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라도 사올걸 싶은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은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