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잊으라 해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_ 아마도 그 날 오전 업무가 바빴었던 모양이다. 진도 해상에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날 점심시간에 찾아간 부대찌개집 텔레비전 화면으로 처음 접했다. 뉴스 속보 화면 속 세월호는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배에는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끝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그 바다에서 잃었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교 2학년 열여덟살 학생들이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중 가장 어린 권혁규군은 일곱살이었다. 꽃피는 봄에 꽃 같은 아이들이 아직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깊은 바닷속으로 스러져갔다. 끝끝내 우리에게 2014년의 봄은 허락되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으나 아직 바꿔야 할 많은 것들을 남겨놓은 채로 다시 한 번 4월이 왔다.
그 배의 이름은 왜 하필 '세월'호 였을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에 정치적 또는 경제적 프레임을 갖다 붙이는 사람들은 그 배의 이름처럼 흐르는 세월로 이 참사를 덮어버리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은 부디 더 많은 세월 속에 그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모든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랄뿐이다. 그저 4월 이맘때가 되면 세월호를 기억하고 노란 리본을 내거는 것 밖에 해주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것밖에 해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천 개의 바람이 된 당신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아직 이 세상에 많이 있다고.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노란 리본들이 말해준다.
4월이 한 번 더 우리 곁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