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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y 06. 2018

멸치 육수, 최적의 레시피는?


친정에서 된장을 가져다 쓰고, 다른 재료도 비슷하게 쓰는 데 이상하게 된장찌개의 맛이 달랐다. 이게 바로 손맛의 차이구나 하고 손 놓고 있다가, 얼마 전 작정을 하고 엄마의 된장찌개 끓이는 모습을 꼼꼼히 살펴봤다. 알고 보니 멸치 육수를 끓이는 시간이 달랐다. 육수 내는 시간까지 따라 하고 나니 그제야 조금은 엄마 된장찌개 맛이 났다. 

육수는 그 음식 맛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재료나 요리법은 신경을 쓰면서 육수는 되는대로 썼다. 친정 엄마가 하듯 멸치와 다시마를 쓰다가, 부산 시댁에서 디포리 (멸치랑 비슷하지만 훨씬 더 큰 사이즈로, 흔히 말하는 밴댕이를 말린 것이다.)를 보내주면 디포리를 섞어 썼다. 특히 디포리는 시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재료다. 맛도 모르면서 섞어 쓰면 좋다길래 섞어 썼다. 나중에 한번 정리를 해봐야 하는데 하면서 대강 썼다. 하지만 엄마 된장찌개의 비결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육수 실험을 미룰 수 없겠다 싶었다. 5월 황금연휴를 맞이해 드디어 육수 실험을 해봤다. 


재료 (멸치, 디포리, 다시마)와 전처리법 (한번 볶아 쓰기, 그냥 쓰기) 그리고 요리법 (끓이기, 우리기)를 달리해서 총 6가지 경우를 비교해보았다.



실험 재료는 내가 자주 쓰는 기준으로 멸치, 디포리, 다시마를 골랐다. 멸치와 디포리는 동일하게 12g씩 썼다. 



보통 멸치 육수를 내기 전 멸치를 살짝 볶아 주면, 잡내가 날아가서 좋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 비교해보기 위해 어떤 멸치는 볶아서 쓰고, 어떤 멸치는 생으로 썼다.  



육수를 끓일 때는, 300ml의 찬물에 재료를 넣고 10분 간 끓였다. 


현실감 넘치는 냄비들...


동일한 화력으로 끓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ㅋㅋ 성공했다면 끓이고 남은 육수의 양이 같았어야 했지만, 많이 달랐다. 화구의 크기도 냄비도 다 제각각이라서, 동일한 환경을 설정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4개의 육수를 끓여야 하는데 우리 집 가스레인지 화구와 작은 냄비가 3개뿐이라 4 종류의 육수를 한 번에 끓이지도 못했다. 3개를 끓이고 나서 나머지 1개를 끓일 때는 감으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ㅋㅋㅋ


멸치를 끓일 때 보다 디포리를 끓일 때 불순문이 더 많이 나왔다. 디포리가 더 큰 사이즈라 불순물도 더 많이 있는걸까?


4번 (볶고 우려낸 멸치 육수)과 6번 (우려낸 다시마 육수)는 미리 준비해뒀다. 특히 4번에 대한 기대가 컸다. 깔끔한 육수를 낼 수 있다고 말만 들었지 실제로 해본 건 처음이었다. 전날 밤 9시쯤 물에 담가 뒀는데 자기 전에 12시쯤 확인했을 때도 아무 색깔이 나지 않아 어떻게 되려나 싶었는데, 다음날 아침 7시에 보니 노랗게 물이 나 있었다. 멸치를 건져내고 한소끔 끓여 비린내를 없앴다. 



다시마는 일반적인 방법대로 30분간 우렸다가 불에 올렸다. 물이 끓을 즈음 다시마를 건져내고 한소끔 끓었을 때 불에서 내렸다. 



1-6번까지 모든 육수는 완성 후 스테인리스 채로 육수와 건더기를 분리했다. 드디어 완성된 6가지 육수. 



각각의 맛을 보는 과정은 영상으로 남겨보았다. 실감 나게 하기 위해서는 영상으로 남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현) 실감이 나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눌러주면 좋겠다.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디포리는 맛이 연하다. 깊은 맛이 없고, 비리다. 멸치와 섞으면 맛이 다양해지긴 한다. 화사해진다고 해야 하나 조미료 맛 같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디포리를 쓰느니 그만큼 멸치를 더 쓰겠다. 굳이 쓰겠다면 깊은 맛이 나야하는 된장찌개가 아닌 여름 잔치국수를 만들 때는 섞어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알아보니 디포리 값이 멸치보다 비싸지만, 원래 디포리는 맛이 없어서 잘 쓰지 않고 가격도 멸치보다 쌌다고 한다. 


멸치만 쓴 육수 중 멸치를 볶아서 끓인 것과 안 볶고 끓인 것을 비교해보면, 볶은 것이 조금 더 진한 맛이 난다. 볶아지면서 잡내가 날아가고 맛이 좀 더 세진 것 같다. 하지만 멸치의 질이 괜찮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안 볶은 것이 더 좋았다.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향이 조금 더 매력 있었다. 


기대했던 끓이지 않고 우린 멸치 육수는 가벼웠다. 멸치의 깊은 향은 다 우러났지만 가벼워서 일본 요리에 잘 맞을 것 같다. 이 육수가 더 맞는 요리도 있겠지만 구수한 입맛을 가진 나는 기본적으로 끓인 육수가 더 좋았다.

다시마는... 다시마로만 낸 육수는 먹기가 힘들었다. 맛이 없다... 하지만 다른 육수와 섞으면 색다른 풍미와 깊은 맛을 더해줬다. 


멸치로만 낸 육수와 디포리로만 낸 육수를 더해  멸치와 디포리를 섞어서 끓인 것과 비교해봤다. 확실히 따로따로 끓여서 더한 것이 더 깔끔하고 멸치와 디포리 각각의 향이 살아있는 듯했지만, 노력에 비해 차이가 적었다. 

결론적으로 생 멸치로 낸 육수가 내 입맛에 가장 맞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가장 입맛에 맞아 다행이다. ㅋㅋ 이걸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감칠맛을 더하고 싶으면 다시마, 화려하게 하고 싶으면 디포리를 더해서 써야겠다. 


남은 육수는 다 모아서 감자를 넣고 감잣국을 끓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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