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 걱정임을 알았을 때

내가 좋아하는 순간

by 솜대리



피티 궁전은 외관만 보고는 많은 분들이 오지도 않을 것 같은데 내부를 들어와 보면 또 다르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면서 팔짝팔짝 뛴 곳이다.



유럽여행 중인 부모님이 보낸 사진과 메시지다. 아빠 환갑을 맞이해 동생과 돈을 모아 11일간 여행을 보내드렸다. 파리 - 피렌체 - 로마 일정의 자유여행으로, 동생과 내가 호텔과 비행기 표를 예약해준 것을 빼면 100% 부모님이 계획한 일정으로 다니고 있다.


해외여행 경험도 거의 없고, 유럽은 처음인 분들이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가겠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구글맵도 볼 줄 모르고, 우버의 존재조차 모르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다니려고 하는지. 현지 투어마저 안 하겠다고 했을 때는 막막했다. 이렇게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는 게 맞는지 고민했고, 준비 많이 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수시로 잔소리를 했다. 여행 가기 전날, 엄마는 9시 비행기 면 공항에 몇 시까지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며 마지막까지 내 긴장을 더해줬다.


그렇게 유럽에 간 부모님은 8일째, 잘 다니고 계신다. 에펠탑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고, 버스 옆자리의 마다가스카르 사람과 대화를 했고, 현지인 추천을 받아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김치를 훔치러 들른 친정집에는 프랑스와 이태리 문화에 대한 책이 10권 넘게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밤마다 겁이 났다. 뭔가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자느라 못 받으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보다는 오늘은 뭘 하고 보냈을까 궁금함과 부러움이 앞선다.


보통, 공연한 걱정을 하고 나면 힘이 빠지고 허탈해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걱정이 공연한 걱정이 되어갈수록 기쁘고 뿌듯하다. 부디 4일 후, 내가 공연한 걱정을 했음이 명명백백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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