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순간
우리 집 주방은 주말에만 오픈한다. 주 중에는 남편과 나 둘 다 회사에서 삼시 세끼를 먹고 오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결혼식에 약속에 하고 나면 일주일에 집에서 여섯 끼를 먹기도 힘들다.
자연스레 남는 식재료가 항상 고민이다. 꼭 필요한 식재료만 제일 적은 양으로 심사숙고해서 사도, 항상 남는다. 재료 아깝다고 이틀 내내 같은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지난 연휴 마지막 날 아침, 냉장고를 여니 연휴 기간 먹다 남은 재료들이 보였다. 삼겹살 싸먹고 남은 상추, 브런치 해먹겠다고 사서 두 줄 먹고 남긴 베이컨, 잘라먹다 남은 치즈, 이주 전 샀다가 두 알 남은 계란. 오늘 먹지 않으면 며칠간 냉장고에 고이 잠들어 있다가, 다음 주말 사체로 발견될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다 냉동실 속 얼려놨던 빵을 꺼냈다. 살짝 해동을 하고 잼을 바르고, 상추 한 장, 구운 베이컨, 치즈를 올리고, 후다닥 스크램블 에그를 해서 올렸다. 상추의 아삭함, 베이컨과 치즈의 짭조름함, 스크램블 에그의 부드러움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냉장고 파먹기(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 위한 요리)를 하면 음식이 평소보다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주 목적이 잔반 처리이기 때문에 양파가 아주 많은 제육볶음, 밥의 비율이 너무 많은 볶음밥같이 아쉬운 조합이 나온다. 하지만 맛에 대한 고민을 더하고, 남은 재료를 다 써버리려고 욕심을 내지 않으면 맛있는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고민을 더하고, 욕심을 내지 않으면.